지난해 11월에도 야구팬들의 시선은 류현진(26, LA 다저스)에게 고정됐었다.
최초로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 직행을 선택한 류현진은 포스팅 제도를 통해 소속팀이 정해졌는데 2012년 11월 11일(한국시간) LA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2573만7737달러33센트를 투자, 단독 연봉 협상 권리를 취득했다. 이후 류현진은 약 한 달 후 다저스와 계약을 체결했고 올 시즌 한국인 최초로 데뷔해 10승을 거두며 순항 중이다.
당시 다저스 외에 시카고 컵스와 텍사스 레인저스도 포스팅에 참여하며 류현진 영입을 노렸었다. 두 팀 또한 다저스와 마찬가지로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지닌 선발투수라고 평가했고 포스팅 금액 1500만 달러 이상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컵스는 류현진 영입시 스프링캠프 이전부터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보장, 팀 리빌딩의 핵심선수로 내세우려고 했었다. 시카고 트리뷴의 필 로저스 기자는 2012년 11월 8일 “컵스 구단은 류현진이 향후 몇 년 동안 선발투수로 활약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컵스가 류현진 포스팅에 참여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만일 류현진이 컵스 유니폼을 입었다면, 3일 선발 맞대결을 펼친 트래비스 우드와 동갑내기 좌완 원투펀치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빅리그 4년차인 우드는 7승 8패 평균자책점 3.05로 컵스 선발투수 중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때문에 컵스 구단은 우드를 올 시즌 내내 ‘컵스의 희망’이라고 칭했고 올스타 선정을 독려하기도 했다. 결국 우드는 지난달 컵스에서 유일하게 뉴욕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참가했다.
하지만 우드는 3일 류현진과 맞대결에서 완패, 컵스 구단에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류현진이 5⅓이닝 2실점으로 시즌 10승을 달성한 반면, 우드는 3⅓이닝 5실점으로 올 시즌 최악의 투구내용을 보였다. 이전까지 올 시즌 우드의 최소 이닝은 5⅔이닝. 우드는 이날 최초로 5회 이전에 조기 강판됐다.
물론 모든 것은 가정에 불과하다. 류현진이 다저스가 아닌 컵스에 갔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활약을 펼쳤을지, 아니면 지금보다 못 했을지를 생각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분명한 점은 컵스는 여전히 긴 리빌딩에 임하고 있고, 선발투수 육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팀 평균자책점 3.92로 리그 중하위권에 쳐져있는데 선발투수 최다승은 우드가 올린 7승이다. 맷 가자를 트레이드로 텍사스로 보내면서 선발진 5명 중 단 한 명도 승률 55% 이상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승리를 보장하는 확실한 카드가 없는 것이다.
류현진 포스팅 낙찰 금액이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컵스 구단은 류현진 영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다저스의 포스팅 금액이 발표됐을 때 컵스 구단은 큰 충격과 낙담에 빠졌다. 그리고 3일 류현진이 자신들을 상대로 호투하며 승리를 빼앗았다. 류현진은 현재 10승 3패 승률 76.9%를 기록 중이다. 컵스 구단은 다시 한 번 작년 11월 돌아보며 깊은 후회를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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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