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가 '선두' 울산 현대보다 더 좋은 내용을 펼치고도 울상을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인천은 지난 3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 홈경기서 설기현의 선제골과 박태민의 추가골로 전반까지 2-0으로 앞서갔으나 후반 들어 김치곤과 하피냐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2-2로 비겼다.
내용면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인천은 울산과 슈팅수(유효슈팅) 15(8)대16(10), 점유율 49대51을 기록하며 어깨를 나란히 했다. 울산은 최근 6경기서 14득점 2실점에 무패행진(5승 1무)을 달리고 있던 명실공히 리그 최강팀. 게다가 김호곤 울산 감독은 경기 전부터 "상위스플릿이 시작되기 전 26경기 중 가장 중요한 경기"라며 전의를 불태운 상태였다.

그런 울산을 상대로 인천은 오히려 위협적인 찬스를 더 많이 만들어냈다. 2경기 연속 골맛을 보며 물오른 득점 감각을 보여준 설기현, 1달 만에 부상 복귀전을 치른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빈 이천수, 인천이 자랑하는 좌우측 날개 남준재와 한교원 등 선발 11명이 모두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김봉길 인천 감독도 아쉽게 무승부를 기록하고도 "선두 팀을 맞아 물러서지 말고 공격적으로 하자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아쉽게 승리는 못했지만 우리가 준비한대로 원없이 좋은 경기를 했다"면서 "설기현은 골맛을 봤고, 이천수도 부상에서 복귀해 좋은 모습을 보였다. 문상윤도 부상으로 빠진 구본상의 공백을 잘 메웠다. 모든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좋았다"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지는 못했다. 내용은 좋았지만 결과는 짙은 아쉬움이 남았다. 전반까지 2-0으로 리드하며 승리가 눈앞에 왔지만 후반 내리 2골을 허용하며 다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첫 번째 실점은 수비 집중력 부족이 원인이었고, 두 번째 실점은 심판의 오심 때문이었다. 후반 15분 2-2 동점골을 내줬는데 그에 앞서 심판이 김신욱의 핸드볼 파울을 보지 못했다. 김신욱의 손에 맞은 공이 하피냐에게 연결되며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했다. 심판의 판정도 경기의 일부이나 제주전서 애매한 페널티킥 판정으로 승리를 날린 인천으로서는 퍽이나 아쉬울 법한 판정이었다. 김 감독도 심판 판정에 대해 "아쉬운 게 있지만 규정상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다. 심판의 판정을 존중하겠다"라며 에둘러 아쉬움을 전했다.
정작 울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중요한 때 퇴장과 경고 누적이라는 변수를 만났다. 중원의 핵이자 '캡틴' 김남일이 이날 두 장의 경고를 받아 퇴장을 당했다. 붙박이 중앙 수비수 이윤표도 시즌 9번째 경고를 받았다. 둘 모두 오는 10일 서울과 홈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선수층이 두터운 인천이지만 미드필드와 수비의 두 기둥이 빠졌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더욱이 서울은 이날 수원에 10경기 만에 승리를 거두며 인천을 4위로 밀어내고 3위로 뛰어 올랐다. 가뜩이나 상위권 순위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인천으로서는 반드시 잡아야 될 서울전을 앞두고 뼈아픈 출혈이 생겼다.
김봉길 감독은 "우리는 어려울 때일수록 더 잘 뭉치고 힘을 발휘한다. 선수들을 잘 체크해서 제주 원정(FA컵 8강, 7일 오후 7시)과 서울전을 잘 준비하겠다"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제주전 이후 4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김 감독은 서울전과 강원전(18일)까지 벤치에 앉지 못한다. 올 시즌 내내 잘 나갔던 인천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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