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구위가 말해주는 '홈·원정 두 얼굴'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8.04 08: 34

달콤함과 씁쓸함, 류현진(26,LA 다저스)은 3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전에서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맛봤다.
류현진은 3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벌어진 컵스전에서 5⅓이닝 11피안타 6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후반기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낸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에 10승(3패)투수 반열에 이름을 올리는 기쁨을 맛봤다.
다만 원정 징크스를 떨치지 못한 건 아쉽다. 원정경기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주던 류현진은 시카고 원정에서 비록 승리를 따냈지만 무려 11개의 안타를 내주면서 고전했다. 이로써 류현진의 홈 성적은 5승 1패 ERA 1.83, 원정 성적은 5승 2패 ERA 4.52로 그 편차가 더욱 벌어졌다.

류현진이 원정경기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이동으로 인한 피로와 시차에서 오는 적응 문제다.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이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라고는 하지만 현재 류현진이 보여주고 있는 만큼의 홈/원정 성적차이를 만들 정도는 아니다.
온갖 데이터가 제공되는 메이저리그라도 제구력을 정확하게 계랑화하는 건 쉽지 않다. 그렇지만 구위는 숫자로 정리가 가능하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류현진은 홈과 원정에서 속구 구위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구속, 무브먼트에서 그 차이가 확실히 드러난다.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0마일 정도, 메이저리그에서 결코 빠른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구속을 통해 그 날의 컨디션을 짐작해 보는 건 가능하다. 류현진 역시 "좀 더 구속을 끌어올릴 필요는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미국 야구통계 사이트인 fangraphs.com은 구종별 평균구속을 제공하는데 이에 따르면 류현진의 홈 평균 포심 구속은 90.54마일(약 145.8km)이고 원정 평균 포심 구속은 89.21마일(약 143.6km)를 기록했다. 홈과 원정에 따라 2km 이상의 구속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공의 움직임도 홈과 원정의 차이가 컸다. 메이저리그는 피칭 추적 시스템(pfx)을 통해 구종 별 무브먼트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속구 무브먼트가 10인치라면 공이 10인치가 떠오른다는 의미가 아니라, 회전하지 않고 중력의 영향만 받은 가상의 궤적에 비해 10인치 높게 들어왔다는 뜻이다. 흔히 '공이 떠오른다'고 표현하는 건 실제로 떠오르는 게 아니라 평범한 속구보다 공이 살아서 들어오기 때문이다.
올 시즌 평균 포심 상승 무브먼트가 가장 좋았던 투수는 클레이튼 커쇼(다저스)로 11.1을 기록하고 있다. 류현진은 10.1로 12위에 위치해 있는데 평범한 구속으로 활약하는 건 그 만큼 류현진의 볼 끝이 좋기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것도 홈과 원정의 편차가 심했다. 홈에서 류현진의 포심 평균 상승 무브먼트는 10.8을 기록했지만 원정에서는 8.4에 그쳤다. 홈과 원정의 차이가 무려 2.4인치다.
지난달 28일 신시내티전은 류현진의 상승 무브먼트가 올 시즌 최고였던 날이다. 이날 류현진의 포심 상승 무브먼트는 11.6을 기록,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기량을 뽐냈다. 하지만 2일 컵스전에서는 8.3으로 떨어졌다.5일 만에 3인치가 넘는 무브먼트 차이를 보인 것이다.
류현진이 홈과 원정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건 속구 구위 차이다.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체력이다. 먼 거리를 이동하고 바로 경기를 치르는 건 루키 류현진에게 체력적으로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결국은 시간이 해결 해 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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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이대선 기자,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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