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주목했던 잠재력이 서서히 발휘되고 있는 것일까. SK 불펜의 좌완 계투 요원인 진해수(27)가 서서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신임을 얻고 있다. 장기적으로 SK 왼손 자원의 희망이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점은 더 긍정적이다.
지난 5월 KIA와의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은 진해수는 SK 왼손 계투진에 활력을 불어넣을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다. 무엇보다 왼손 투수가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엄청난 매력이 있었다. 이승호 전병두 고효준 정우람 등의 부상 및 이적, 그리고 군 입대로 왼쪽이 허약해진 SK의 장기적 관점을 보여주는 트레이드로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제구난 때문에 강속구도 빛을 잃곤 했다. KIA 시절 성공에 이르지 못했던 요소가 SK 이적 후에도 계속 진해수의 발목을 잡았다. 진해수의 5월 평균자책점은 6.14, 6월 평균자책점은 6.35였다. 왼손 투수 한 명이 급한 SK 불펜 사정에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이만수 SK 감독도 “제구만 되면 능히 2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인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곤 했다.

그런데 눈부신 반전이 찾아왔다. SK 이적 후 밸런스 교정에 힘을 쓴 진해수가 7월부터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7월 이후 14경기에 나선 진해수는 7이닝 동안 단 3개의 안타만을 허용했다. 이 기간 중 피안타율은 1할2푼5리로 리그 최정상급 왼손 불펜 요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평균자책점은 ‘0’이다. SK 이적 후 평균자책점도 3.79까지 내려왔다.
진해수를 길게 활용하려던 기존 계획에서 벗어나 원포인트로 기용하고 있는 SK 벤치의 전략이 선수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진해수는 7월 이후 14경기에서 한 타자만을 상대한 경기가 절반인 7차례에 이른다. 하지만 선수 스스로의 기량 향상을 빼놓고는 이런 반전을 설명할 수 없다. SK 코칭스태프도 “밸런스가 좋아지면서 자신감을 찾았다”고 입을 모은다.
성준 SK 투수코치는 3일 문학 두산전을 앞두고 “릴리스 포인트를 찾았다”고 최근 진해수의 상승세 요인을 짚었다. 공을 놓는 지점이 흔들리면 자연히 제구가 흔들리고 구위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과제를 진해수가 잘 풀어냄에 따라 최근 좋은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어 성 코치는 “시즌 중 꾸준히 투구 밸런스를 맞추는 훈련을 하고 있다. 공이 제대로 들어가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있다”고 연쇄 효과를 설명하면서 “시즌 후 투구폼 교정을 거치면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병두가 2년째 재활에 매달리고 있고 내년에도 왼손 불펜 요원의 수혈이 쉽지 않은 SK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진해수가 희망봉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극복해야 할 장애물은 최근 잦아지고 있는 등판이다. 진해수는 후반기 8경기에 모두 등판했다. 물론 한 타자만 상대한 경우가 네 번이었고 투구수도 61개(경기당 평균 7.6개)로 많은 편은 아니다. 다만 매일 몸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 부담이다. 구위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SK가 진해수의 등판 간격을 잘 조정해줄 경우 박정배 박희수로 이어지는 필승조 라인에 감초가 등장할 수도 있다. 진해수의 남은 시즌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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