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SK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공감대가 흐르고 있다. 다만 이런 총력전은 육체적·정신적 피로감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SK에는 불펜의 체력이 잠재적 위협요소로 떠올랐다.
SK는 3일 현재 37승44패1무(승률 .457)로 7위에 처져 있다.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후반기 첫 3연전이었던 사직 롯데전에서 2승1패로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지만 복병 NC에 스윕의 수모를 당하며 후반기 성적(3승5패)도 5할 아래를 맴돌고 있다. 그 와중에 4위 두산과의 승차도 7.5경기로 벌어졌다. 산 넘어 산이다.
치열한 순위 다툼으로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 안정권은 70승 정도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SK가 70승을 맞추려면 남은 46경기에서 33승을 해야 한다. 승률 7할 이상이 필요하다. 물고 물리는 순위 다툼 속에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이 조금 내려온다고 하더라도 최소 6할5푼 정도의 승률은 거둬야 마지막까지 희망을 걸어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찌됐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쩌면 진짜 기적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매 경기가 총력전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가장 부담이 큰 쪽은 불펜이다. 선발 로테이션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SK지만 투·타의 엇박자가 나는 경기가 많다. 즉 크게 앞서 나가 불펜을 아낄 수 있는 경기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 SK의 후반기 8경기 중 3점차 이상으로 승패가 갈린 경기는 딱 1경기에 불과했다. 이기든 지든 불펜 소모가 불가피했다.
가뜩이나 불펜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SK다. 일단 필승조 라인은 윤길현 박정배 박희수로 윤곽을 그렸지만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는 상황이 계획을 자주 바꿔놓고 있다. 자연히 필승조와 추격조의 경계도 희미해진다. 그러다 보니 많은 선수들이 경기에 투입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고 자연히 체력에서 우려를 모을 수밖에 없다. 불펜 운영이 부담스러운 형국이다.
등판일지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선발과 마무리 박희수를 잇는 핵심 요원인 박정배는 후반기 5경기에서 5이닝을 던졌다. 연투가 많아지다 보니 아무래도 구위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원포인트로 기용되고 있긴 하지만 진해수는 8경기에 개근했다. 박희수를 제외하면 좌완 불펜이 없어 진해수에 걸리는 부하가 커지고 있다.
그 외 윤길현도 5경기에서 2⅓이닝, 전유수는 4경기에서 3⅔이닝, 임경완도 4경기에서 2⅓이닝을 던져 절반 이상의 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불펜에서 체력이 남아 있는 선수는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질 경우 롱릴리프 추격조 임무를 수행하는 이재영 정도다. 그러다보니 마무리 박희수도 자연스레 긴 이닝을 소화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여기에 윤길현이 3일 문학 두산전에서 타구에 오른어깨를 맞는 부상을 당한 것도 뼈아프다. 다행히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당분간 상황을 봐야 한다.
결국 동료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선발 투수가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는 것이 절실하다. 타선도 불펜을 도울 수 있다. 경기 초반부터 유리한 흐름을 만들어준다면 좀 더 수월한 불펜 운영이 가능하다. 벤치의 치밀한 계산도 필수요소다. 각 투수들의 등판 간격과 투구수 조절, 그리고 2군에서 대기하고 있는 자원들의 활용이 맞아 떨어져야 앞으로의 총력전에서 버틸 수 있다. 한 시즌 내내 불펜 때문에 고민을 거듭했던 SK가 이 난제를 풀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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