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담이 아닌 콩트로 이처럼 웃기다니. tvN 'SNL 코리아‘가 개그맨 김구라를 만나 이렇게 ’쫄깃한‘ 조합을 보여줄 줄은 몰랐다.
김구라는 지난 3일 오후 11시 방송된 'SNL 코리아‘의 호스트로 출연해 특유의 걸출한 입담과 논리적인 말 싸움꾼 캐릭터로 다양한 콩트를 선보였다. 마치 김구라로 선보일 수 있는 모든 판타지(?)를 실현시킨 듯 했다.
이날 김구라의 활약이 가장 돋보였던 것은 ‘김구라의 말싸움 대행 서비스’와 ‘구라용팝’, ‘김구라의 연애아카데미’ 등이였다.

‘김구라의 말싸움 대행 서비스’는 평소 소심하거나 점잖아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육두문자를 섞은 말싸움을 대신해 주는 김구라만의 특화 서비스. 그는 음식점에서 먹는 음식에 머리카락이 빠져 있어도 “손님 머리카락”이라고 잡아떼는 뻔뻔한 식당 주인에게, 안하무인 불량청소년에게, 말이 안 통하는 여자친구에게 강력한 ‘욕드립’을 선보여 그들을 굴복시켰다.
이 과정에서 ‘SNL 코리아’의 공식 ‘욕드립’ 캐릭터 김슬기, 정명옥과의 한 판 대결이 웃음을 자아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남자친구를 다그치던 김슬기는 김구라와 대면한 뒤 “넌 또 뭐야, 이 펠리컨 같은 XX야”, “턱에 먹을 것 숨겨놨냐? 오빠가 몰라준다는 데 네가 왜 XX야”, “네 턱이나 신경 써. 하관이 풍년이다” 등 거침없는 욕 퍼레이드를 펼쳤다.
그러나 김구라는 “혹시 남자친구가 박수하 씨냐. 그럼 남자친구가 네 마음을 어떻게 아냐, 네 고민이 국가기밀이냐. 이런 XXXXX을 봤나”라고 역공을 펼쳐 결국 김슬기의 울음을 터뜨렸다. 이런 김구라도 감당할 수 없었던 인물이 욕쟁이 할머니 정명옥이었다. 정명옥은 처음부터 강력한 욕과 함께 “턱주가리를 주먹으로 날려 버리기 전에 똑바로 하라”라고 쏘아 붙여 김구라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고, 이는 큰 웃음을 선사했다.
‘구라용팝’ 역시 김구라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웃음을 줬다. 클라라, 안영미, 김슬기 등 ‘SNL 코리아’의 여성 크루들과 함께 걸그룹 크레용팝으로 변신한 김구라는 얼이 빠진 듯한 표정으로 직렬 5기통 춤을 완벽하게 재현해 웃음을 줬다. 평소 날카로운 독설로 다소 지적인 이미지를 풍기던 그가 걸그룹으로 변신해 보인 몸개그와 분장은 너무 색달라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빵빵 터뜨리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김구라의 연애 아카데미’ 역시 김구라만의 능력이 십분 발휘된 코너였다. 그는 이 코너에서 여자 친구에게 할 말 다하는 마초남으로 분한 뒤 "이러려고 만났냐"며 밤에 함께 있기를 거절하는 여자친구 클라라에게 "네가 좋아하는 그 가방, 내가 30만 원 주고 사준 것이다. 네가 좋아하는 이 샴페인 50만 원이다. 내가 무슨 유니세프냐. 이러려고 날 만났느냐"라고 따져 물어 항복을 받아냈다.
뿐만 아니라 "살이 쪘냐"고 물어 "살이 쪘다"고 답하자 "그럼 날씬한 클라라 같은 여자친구를 만나라"라고 말하는 두 번째 여자친구 김슬기에게 "클라라가 너보다 5배 예쁘다. 하지만 클라라가 나 같은 남자를 만나겠느냐. 너도 강동원, 원빈 놔두고 나를 만나겠냐?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야한다. 나랑 비슷한 '사이즈'의 사람 중에 널 제일 사랑한다"라고 말하며 마음을 얻었다.
그간 입담과 독설로 사랑을 받았던 김구라의 콩트 도전은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평소 잘 보여주지 않는 모습이었기에 무엇보다 신선함이 가득했다. 앞서 김구라는 'SNL코리아'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tvN) 본부장한테 직접 전화가 왔다. 거절할 수가 없었다. 정략적으로 나온거라는 걸 미리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정략적인 출연이었다면 제대로 통한 듯 하다. 오랜만에 MC 아닌 개그맨 김구라의 진가가 발휘되며 큰 웃음을 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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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코리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