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감독, "1500승 의미없다, 지금이 중요하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8.04 17: 46

"축하는 무슨. 지금 그런 것 따질 때인가". 
한화 김응룡(72) 감독이 프로야구 최초로 감독 1500승 대기록을 세웠다. 김응룡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지난 3일 마산NC전에서 4-2로 승리했고, 김 감독은 1983년 해태에서 사령탑 데뷔 이래 31년 만에 대기록을 달성했다. 23시즌-2761경기에서 세운 대기록이다. 
그러나 김응룡 감독은 큰 감흥이 없는 모습이었다. 경기 후 숙소에서 구단이 축하 자리를 마련했지만 손사래쳤다. 김 감독은 "성적이 이 모양인데 지금 1500승 같은 것 따질 때가 아니다. 누구나 오래 감독하면 세울 수 있는 기록이다. 난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1500승 대기록을 세운 전날 밤 김 감독은 전화기를 일찍 꺼두었다고 했다. "전화가 좀 올 것 같아서 몇 통하고 껐다. 김영덕 감독한테서 축하 전화가 왔더라. 가족들하고도 연락하지 않았다. 내일 경기가 또 있으니까 일찍 잤다"는 게 김 감독의 말이었다. 
1500승 기쁨보다 당장 처해있는 현실에 김 감독은 답답해 했다. 김 감독은 "1500승 때문에 팀에 피해가 가는 것 같아 미안했다. 우승을 하고, 성적이 좋아야 명예로운 기록인데 팀이 꼴찌를 하고 있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지금이 중요하다. 프로는 과거를 잊고 지금의 성적만을 본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24승57패1무 승률 2할9푼6리로 신생팀 NC에도 8.5경기 뒤진 최하위다. 김 감독의 체면도 말이 아니다. 
NC 김경문 감독은 "김응룡 감독님의 1500승은 정말 대단한 기록이다. 그런데 팀 성적 때문에 묻히는 거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1500승은 정말 대단한 기록이다. 1983년부터 2000년까지 해태에서 무려 18년을 보내고, 2001~2004년 삼성에서 4년을 또 보냈다. 올해가 감독으로서 보내는 23번째 시즌이다. 이렇게 오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김 감독은 "처음 해태에서 시작할 때 1년만 버티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첫 해 우승하고 나니까 계속 감독을 시키더라. 하지만 해태에서도 성적이 안 좋을 때 고비가 몇 번 고비가 있었다"며 앞으로 목표에 대해 "뭐 다른 것 있나. 한화를 강팀으로 만드는 것이다. 최소 4강 이상 들어야 강팀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한화가 많이 처져있다. 빨리 강팀으로 만들어야 하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1500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김 감독에게는 과거의 영광보다 오늘의 현실 극복이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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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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