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스크린이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바로 지난달 31일 나란히 개봉한 영화 '설국열차'(감독 봉준호)와 '더 테러 라이브'(감독 김병우)의 쌍끌이 흥행 덕이다. 다수의 언론이 두 작품이 동시에 윈윈하며 한여름 극장가를 달구고 있고 또 한 번의 한국영화 전성시대라고 평하고 있다. 극장을 찾는 관객들 역시 골라보는 재미를 느낌과 동시에 두 화제작을 모두 감상하고 비교하는 쾌감을 맛보는 중이다.
객관적인 흥행 스코어를 분석할 때 '설국열차'는 4일 오후 개봉 5일 만에 누적관객수 300만을 돌파, 역대 한국영화 사상 최단 기간 300만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더 테러 라이브'는 '설국열차'에 비해 누적관객수에서는 밀리지만 역시나 개봉 5일간 꾸준히 관객수가 증가하며 곧 200만 돌파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일단 흥행 스코어로 단순 비교하면 승자는 '설국열차'다. 괴물같은 속도로 관객들을 빨아들이며 역대 한국 영화 사상 최단 기간 300만 돌파의 기록을 세웠으며 호불호 감상평이 꼬리를 물어 오히려 흥행 가속도를 붙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영화의 성패를 그렇게 단순히 관객수로만 계산할 수 없는 것도 사실. 대진운이나 캐스팅, 감독 혹은 출연진의 역량, 제작비 대비 손익까지 고루 따져 작품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가늠하는 것이 한층 객관적이지 않을까.

먼저 '설국열차'는 대진운이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더 테러 라이브'와 맞붙기는 했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의 정면 대결에서는 빗겨나갔다고 볼 수 있다. 이병헌의 '레드 더 레전드'는 먼저 개봉해 우위를 선점했다가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가 동시 개봉하자 박스오피스 순위가 눈에 띄게 하락하기도 했다. 500만 관객을 돌파한 '감시자들'의 흥행은 이제 끝물. 사실상 제작비 450억 원을 투자한 대작 중 대작 '설국열차'는 중소 규모 영화들과의 경쟁에서 자신만만하기도 했다.
또 '설국열차' 프로모션의 주요 포인트로 삼은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도 초반 흥행에 불을 붙이기 충분했다. '괴물', '마더', '살인의 추억'으로 유명한 봉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은 작품에서 송강호와 고아성은 물론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존 허트 등 글로벌 배우들을 우르르 만날 수 있다니, 영화 팬, 봉 감독 팬들이라면 당연히 기대 심리를 가질 수 밖에 없기도 했다. 게다가 제작비가 450억 원에 이미 개봉도 전에 해외 마켓에서 줄줄이 선판매된 이력까지, 영화에 대한 관심이 없던 대중이라도 '대체 뭐길래' 하는 호기심을 갖기 충분했다.
'설국열차' 측은 손익분기점을 정확히 밝히고 있지 않지만 제작비 대비, 해외 선판매 수익 등을 감안하면 대략 500만~ 700만 관객으로 추정된다. 말 그대로 손익분기점을 넘고 진짜 재미를 보려면, 아직도 약 두 배의 관객을 더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반면 '더 테러 라이브'는 이미 손익분기점(180만 관객)에 근접한 상황. 4일 중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설국열차'에 비해 관객수가 적다고 해도 수익 부분에선 이제부터 웃을 일만 남은 셈이다.
'설국열차'가 폭주하고 있지만 '더 테러 라이브'의 버티기 위력을 더 칭찬하는 평단과 충무로 관계자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설국열차'가 제작비나 감독의 역량, 출연진 라인업 등 작품 전반에 걸친 스케일에서 사실상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고 전제할 때 '더 테러 라이브'의 선전이 더욱 놀랍다는 것.
실상 '더 테러 라이브'는 제작비 약 35억 원 선의 중저예산 영화다. 게다가 상업 영화 연출은 처음인 신인급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캐스팅을 살펴봐도 단독 주연을 맡은 하정우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하정우가 아무리 다작을 이어가며 충무로 흥행 대세로 부상했다고는 하지만, 신인 감독에다 많지 않은 제작비, 그리고 '설국열차'라는 괴물과 맞붙은 대진운 등 다각도로 뜯어볼 때, '더 테러 라이브'의 흥행을 장담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더 테러 라이브'는 막강한 라이벌을 상대로 보란 듯이 흥행 기운을 발휘해냈다.
한국영화의 쌍끌이, 윈윈은 즐거운 일이다. 수백억 원을 투입한 블록버스터든 중저예산 영화든 우리 영화가 사랑을 받고 국내외의 호평을 따내는 것은 분명 한국영화 시장 개념에서 더없이 반가운 결과다. 그러나 다양한 영화가 사랑받는 가운데서도 반드시 흥행 킹은 갈리기 마련이고 평가도 분분한 게 당연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설국열차'의 폭주가 더 의미있느냐 아니면 '더 테러 라이브'의 버티기가 더 고무적이냐 역시 흥미로운 포인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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