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스캔들이 메이저리그(MLB)를 또 한 번 뒤집어놓을 기세다. 금지약물 복용자에 대한 MLB 사무국의 징계가 임박한 가운데 가장 굵직한 이름인 알렉스 로드리게스(38, 뉴욕 양키스)는 214경기 출전정지의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CBS스포츠를 비롯한 미국 현지 언론들은 5일(이하 한국시간) MLB 소식통을 인용, “MLB 사무국이 6일 적어도 10명 이상의 금지약물 복용자에 대한 징계를 발표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로드리게스에게는 내부적으로 214경기 출전정지 방침이 확정됐다고 전했다.
214경기라는 엄청난 징계수위는 올 시즌 잔여경기 52경기와 2014년 전체 경기인 162경기가 합산된 수치다. 즉 이 징계가 확정될 경우 로드리게스는 내년까지는 MLB 무대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다. CBS스포츠는 “이 소식을 접한 로드리게스가 MLB 사무국 관계자와 양키스 관계자들과 만나 징계 수위를 절반 아래로 경감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로드리게스 측의 생각보다 수위가 센 징계인 셈이다.

가뜩이나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는 로드리게스다. 이 징계가 확정된다면 말 그대로 선수생명의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기량저하가 도드라지고 있고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적지 않은 나이이기 때문이다. ‘약물 복용자’라는 낙인이 확실히 찍혀 여론도 돌아설 것이 확실하다. 이미 로드리게스는 한 차례 약물 파동으로 홍역을 치렀고 그 후 로드리게스를 보는 여론은 차가워졌던 기억이 있다. 재기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
로드리게스의 이름 앞에 항상 따라 붙는 엄청난 연봉도 날린다. 만약 2014년까지 뛰지 못한다면 로드리게스는 현재 남아 있는 연봉 9500만 달러(약 1066억 원) 중 3400만 달러(약 382억 원)를 잃는다. 소속팀 양키스로서도 막심한 손해다. 로드리게스에게 실지급되는 금액은 줄어들거나 사라지지만 팀 전체 연봉 자체에는 잡히기 때문이다. 로드리게스를 활용하지도 못하면서 이적시장의 운신폭이 좁아지는 이중고다.
만약 이 징계가 그대로 확정될 경우 결국 로드리게스는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현지의 시각이다. 로드리게스 측은 이미 비슷한 문제로 징계를 받은 라이언 브론(밀워키 브루어스)의 사례를 들고 있다. 브론은 올 시즌 남은 경기만 출전이 정지됐다. 이를 감안하면 처벌 수위가 지나치다는 말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어쨌든 로드리게스의 중징계는 이제 발표만 남았다. 한 때 MLB 최고의 선수가 일생일대의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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