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승 달성 류현진, 200이닝도 먹을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8.05 06: 40

메이저리그(MLB) 데뷔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26, LA 다저스)은 몇 가지 목표를 내걸었다. 가장 큰 목표는 ‘12승 정도’로 대변되는 두 자릿수 승수와 최대한 많은 이닝의 소화였다. 이미 10승을 거둔 류현진에게 전자는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나의 목표를 거의 손에 넣은 류현진은 이제 ‘200이닝’이라는 상징적 고지를 향해 부지런히 산을 오를 태세다.
류현진은 평소 입버릇처럼 이닝소화를 강조한다. 4~5일을 쉬고 등판하는 선발투수의 책임감이다. 경기 후 자신에 대한 평가도 승패 유무보다는 얼마나 많은 이닝을 소화했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승리를 따낸 경기에서도 6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하면 그것부터 먼저 아쉽다고 말하는 류현진이다. 그런 류현진에게 200이닝은 동기부여를 유발하는 또 하나의 근사한 목표다.
류현진은 4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21경기에 선발로 나서 134⅓이닝을 던졌다. 10승이라는 상징은 둘째치더라도 경기수와 소화이닝 자체가 기대 이상의 성과다. 특히 5이닝을 채우지 못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을 정도로 꾸준함을 자랑했다.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도 류현진보다 많은 이닝을 던진 선수는 41명뿐이다. 30개 팀으로 나누면 산술적으로 각 팀에 1~2명 정도밖에 안 된다.

내친 김에 ‘이닝이터’의 상징으로 불리는 200이닝에도 도전할 기세다. 이 고지까지 남은 숫자는 65⅔이닝이다. 류현진은 후반기 시작 당시 13경기 정도를 더 던질 것으로 예상됐다. 다저스가 탄력적인 6선발 체제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어 변수는 있지만 남은 경기가 10경기라고 가정하면 경기당 평균 6⅔이닝 정도를 던져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까지 류현진의 평균 소화이닝은 6⅓이닝 남짓이다.
쉽지는 않다. 류현진은 최근 6차례의 등판에서 6이닝을 채우지 못한 경기가 4번이었다. 체력 문제, 그리고 상대팀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류현진 스스로가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다. 더 많은 이닝소화를 위해 초반 투구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좀 더 힘을 낸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21번의 경기에서 조기강판된 경험이 없는 류현진의 꾸준함이 무기가 될 수 있다.
200이닝 소화는 명예로 직결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MLB 무대에서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는 30명에 불과했다. 이닝소화에서는 ‘특급’의 기준점이었던 셈이다. 동양인으로서는 구로다 히로키(뉴욕 양키스·219⅔이닝)만이 이름을 올렸다. 신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류현진이 이 대열에 들어선다면 주위의 시선은 또 한 번 달라질 수 있다. 신인왕 레이스에서도 내세울 수 있는 하나의 업적임은 틀림없다.
여기에 부도 따라온다. 류현진은 이닝소화에 따른 옵션이 걸려있다. 170이닝을 넘길 경우 25만 달러(약 2억8000만 원)를 보너스로 받고 이후 10이닝 추가시마다 25만 달러를 더 받는다. 200이닝을 채우면 약 100만 달러(약 11억2000만 원)의 큰 보너스를 손에 넣는다. 열심히 던지면 여러모로 그 보상은 확실하다는 의미다. 이닝에 대한 욕심만은 남다른 류현진이 자신의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까. 남은 일정의 화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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