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든, '양반'이라고 불리는 외국인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8.05 10: 45

외국인 선수는 팀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팀의 영웅이 될 수도, 팀의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 시즌 가장 빛나는 외국인 선수 중 하나가 바로 크리스 세든(30, SK)이다.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갖춘 성공작이라는 평가다.
올 시즌을 앞두고 SK 유니폼을 입은 세든은 5일 현재 20경기에 선발로 나가 8승5패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 중이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 아직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평균자책점과 소화이닝(127이닝)은 나란히 리그 3위에 해당되는 성적이다. 20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14번이나 될 정도로 꾸준함을 과시 중이다. 
사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SK의 외국인 선수로는 조조 레이예스(29)가 좀 더 주목받았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유망주 출신이라는 경력도 있었고 빠른 구속도 매력적이었다. 전지훈련에서의 구위도 레이예스가 더 좋았다. 개막전 선발도 레이예스의 몫이었다. 그러나 성실하게 자기 몫을 수행한 세든은 결국 이런 평가를 뒤집었다. 자기 관리도 뛰어나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칭찬이다.

인성 측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마운드 위에서는 한없이 진지한 세든이지만 야구장 밖으로 나오면 유쾌한 사나이다. SK 선수들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생각보다 말도, 웃음도 많다"고 증언한다. 또한 동료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갖췄다. 불펜이 자신의 승리요건을 지켜주지 못하거나 타자들이 득점지원을 해주지 못해도 좀처럼 불평하는 법이 없다. 덕아웃에 가만히 앉아 경기를 지켜볼 뿐이다. 지난 시즌 마리오 산티아고나 아퀼리노 로페즈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SK 외국인 투수들의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김현람 운영팀 매니저는 “정말 양반이다”라는 말로 세든의 인성을 치켜세웠다. 김 매니저는 “불펜이 승리를 날려도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한다. 그에 대해서는 동료들에 뭐라 하는 것이 전혀 없다”면서 “심지어 차를 타고 이동할 때 둘이 있는 상황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경기 끝나고는 결과에 대해 아예 이야기하지 않는 선수”라고 전했다.
부진한 팀 성적에 세든도 힘이 들 법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휴식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에 대해서도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세든은 항상 “내가 할 것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결과는 그 다음이라고 말한다. 세든의 활약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SK가 근래 들어 가장 뛰어난 외국인 선수를 수혈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기량과 인성 모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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