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깨지지 않을 대기록이다".
NC 김경문(55) 감독은 지난 3일 마산 한화전에서 패한 뒤 꽃다발을 들고 3루측 원정 덕아웃으로 향했다. 한화 김응룡(72) 감독의 프로야구 최초 감독 1500승 기록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김경문 감독은 꽃다발을 전달한 뒤 김응룡 감독의 두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숙였다. 진심 어린 축하이자 경외였다.
김경문 감독은 "난 이제 겨우 500승을 넘겼다. 김응룡 감독님의 1500승은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쉽게 깨지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 영원히 깨지지 않을 대기록이 될 수도 있다"며 "20년 이상 감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 그 많은 승을 올렸다. 누가 김응룡 감독님의 기록을 깰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김응룡 감독은 "1500승? 그게 뭐가 어렵나. 누구나 감독을 오래 하면 세울 수 있는 기록"이라고 손사래치며 "우승을 열 번 하면 다 된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했다. 오히려 김 감독은 "초창기에는 70~80경기였지만 요즘은 경기수가 많아졌다. 앞으로 2000승도 금방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의 말대로 20년 이상 감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역대 프로야구를 통틀어 20년 이상 감독을 한 이는 23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응룡 감독과 20시즌을 끝으로 물러난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둘 뿐이다. 2000경기 이상도 김응룡(2761)-김성근(2327) 감독에 이어 김인식(2057) 전 한화 감독까지 3명밖에 없다.
김응룡 감독을 제외한 현역 감독 중에서는 NC 김경문 감독이 2004~2011년 두산에 이어 NC까지 이제 10년째를 채웠다. 이어 선동렬 KIA 감독과 조범현 KT 감독이 8시즌을 보냈고, 김시진 롯데 감독이 6시즌을 치렀다. 나머지 5명의 감독은 모두 3년차 이하다. 김응룡 감독을 제외한 현역 감독 평균 연차가 약 4.7년이다. 5년을 버티기가 어려운 게 프로야구 감독이다.
이 살벌한 세계에서 김응룡 감독은 무려 22년 연속 현장 감독으로 활약했고, 올해는 8년 공백을 깨고 만 72세 최고령 사령탑에 올랐다. 김 감독은 "해태에서도 사실 감독을 그만 둘 고비가 몇 번 있었다. 프로는 과거를 잊는다. 지금 성적만 보는 곳이다. 성적이 안 난다고 해서 구단이 선수를 자를 수 있겠나. 감독이 잘리는 것"이라며 "감독은 결국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응룡 감독에 이어 역대 감독 최다승 2위는 김성근 감독이 기록하고 있는 1234승. 3위는 김인식 감독의 980승이고, 김재박 전 LG 감독과 강병철 전 롯데 감독이 914승으로 각각 4~5위에 있다. 그러나 모두 현장을 떠난 노장 감독들로 현역 복귀가 쉽지 않다. 현역 감독 중에서는 김경문 감독이 546승으로 뒤를 잇고 있다. 통산 1047경기 546승482패19무 승률 5할3푼1리.
지금 통산 승률로 김경문 감독이 1500승까지 달성하려면 앞으로 최소 1776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14시즌은 더 해야 소화할 수 있는 경기 수. 그때가 되면 김경문 감독도 69세 노장이 된다. 그만큼 김응룡 감독의 1500승은 범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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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