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 보면 정말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극적인 설정이다.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 속 한낱 도자기 굽는 여자아이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왕자나 그를 어릴 적부터 지켜주고 목숨까지 거는 남자는 지극히 여성을 위한 판타지다. 그리고 그런 판타지에 현실적인 몰입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맡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그 여자아이 유정으로 분한 문근영이다.
문근영은 사극에서 더욱 그 미모가 빛을 발하는 여배우다. 이번 '불의 여신 정이'에서도 남장을 했음에도 특유의 귀여운 외모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녹였다. 지난 5일 오후 방송된 11회에서 그는 남장을 벗고 고운 여자 한복을 입고 나타나 광해(이상윤 분), 김태도(김범 분)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문근영의 이러한 모습은 극중 남자 배우들과의 '케미(사람 사이의 화학 반응, 어울림)'를 극대화시킨다. 삼각 러브라인이 더욱 불타오를수록 어색함 보다는 긴장감이 생겨난다. 데뷔 후 처음 사극에 도전하는 김범이나 이번 드라마를 통해 처음으로 문근영과 호흡을 맞추는 이상윤은 잘 만들어낸 문근영의 캐릭터 위에 쉽게 자신들의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케미'에는 문근영의 호연이 바탕이 됐다. 캐릭터를 다른 누구보다도 잘 소화해내며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그의 연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어린 나이에 SBS 연기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문근영은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귀엽고, 당찬, 그리고 사내 아이처럼 털털하지만 애교도 있는 매력만점의 유정은 문근영에게로 가 비로소 실현됐다.
문근영의 이러한 활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08년 방송된 SBS '바람의 화원'에서 남녀를 뛰어넘는 '케미'를 보여준 바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남장을 한 신윤복으로 열연, 김홍도 역의 박신양과 기생 정향 역의 문채원을 넘나들며 놀라운 어울림을 선보였다. 이 작품으로 문근영은 그 해 연기대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쯤 되면 문근영에게 '사극 케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일이 무리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점차 삼각관계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불의 여신 정이'에서 그가 선사할 달달한 러브라인이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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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여신 정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