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은 좋았지만 마무리가 안됐다.
지난 동아시안컵에서 드러난 홍명보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골 결정력 부족이었다. 호주, 중국, 일본과 3경기를 치르는 동안 대표팀이 기록한 골은 윤일록의 중거리슛 한 방이 전부였다. 압도적인 점유율과 슈팅수에도 불구하고 지독하게 골이 터지지 않았다. 특히 공격수들의 부진은 답답함을 넘어 심각한 수준이었다. 과연 홍명보 2기에서 화끈한 골을 신고할 선수는 누가 될까.
▲ 김동섭·김신욱·서동현, 다시 기회 얻을까?

동아시안컵에서 차례로 원톱을 섰던 세 명의 선수 중 누가 부름을 받을까. 김동섭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김동섭은 K리그에서 2경기 연속 골을 터트리며 무언의 시위를 하고 있다. 안익수 성남 감독은 “김동섭이 대표팀을 다녀온 후 성숙해졌다. 본인도 심기일전한 모양”이라고 밝혔다. 유럽파가 제외되며 뚜렷한 공격수가 없는 가운데 김동섭의 합류가능성은 밝다.
196cm의 장신 김신욱은 희소가치가 크다. 제공권 장악이란 김신욱의 뚜렷한 개성은 대표팀에 다양한 공격옵션을 부여할 수 있다. 다만 김신욱이 미드필더와 오랜 호흡이 필요한 포스트플레이를 대표팀에서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울산에서 찰떡호흡을 과시하는 한상운을 함께 선발하는 것은 어떨까.
중국전 졸전을 펼친 서동현의 선발가능성은 낮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서울 전을 앞두고 “서동현이 마음고생이 심하다. 프로에서는 엄청난 부담감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 감독은 일부러 서동현에게 기회를 주며 ‘기 살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서동현은 K리그에서도 좀처럼 부진탈출을 못하는 상태다.

▲ 새얼굴들 전격발탁?
홍명보 1기에서 윤일록, 하대성, 고요한 등 서울 3총사와 수비수 김진수 등이 새롭게 홍명보 감독의 신임을 얻게 됐다. 홍 감독이 2기에서도 새얼굴을 전격 발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순위 후보는 K리그 선두 포항의 조찬호가 뽑힌다. K리그 9골로 국내선수 득점 3위에 오른 조찬호는 반드시 시험해봐야 하는 선수다. ‘꽃미남’ 임상협 역시 최근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컨디션이 절정이다.
두 선수는 원톱을 볼 수 있는 정통 스트라이커는 아니다. 하지만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뚜렷하다. 당장의 성적이 아닌 ‘퍼즐 맞추기’를 하고 있는 홍명보 감독이라면 충분히 기회를 줄만하다. 아울러 수비부터 공격까지 볼 수 있는 수원의 멀티플레이어 홍철의 발탁가능성도 높다.

▲ 이동국, 과연 승선할까?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주장 홍명보는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이동국의 선발을 적극 권했다. 이동국이 한국축구를 이끌 차세대 공격수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히딩크는 끝내 제안을 거절했다. 감독이 된 홍명보 역시 냉정한 결정을 내렸다. 최강희 감독시절 붙박이 공격수였던 이동국을 과감하게 제외한 것. 대표팀 세대교체를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홍명보 1기는 확실히 젊고 패기가 넘쳤다. 하지만 골문 앞에서 노련미와 과감성이 떨어졌다.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K리그에서 이동국만한 대형공격수를 찾을 수 없다. 이동국은 K리그에서 7경기 연속골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유럽파가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원톱을 맡아줄 선수는 사실상 이동국이 유일하다. 결국 홍명보 감독 역시 이동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발탁은 전적으로 홍 감독의 권한이다.
이제 이동국은 후배들과 동일선상에서 다시 경쟁해야 한다. 이름값이 아닌 골로 말해야 한다. 단 한 번 온 기회를 놓치지 말고 골로 연결해야 한다. 이동국이 꾸준히 골을 뽑아낸다면, 홍명보 감독이 굳이 그를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