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불의 여신’ 박건형·서현진, 불쌍해서 정이 가는 이 커플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8.06 08: 48

보통은 욕을 한바가지로 먹는 인물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거나, 주인공에게 질투를 느끼거나, 주인공의 성공의 걸림돌이 되는 경쟁자일 경우 시청자들의 미움을 사기 딱 좋다. 하지만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의 박건형과 서현진은 동정심을 유발하고 있다.
박건형은 이 드라마에서 유정(문근영 분)과 혈육으로 얽혀 있는 것을 모른 채 그의 성장을 도왔다가, 방해했다가 하는 인물인 이육도를 연기하고 있다. 악독하기 그지 없는 이강천(전광렬 분)의 아들인 육도는 유정의 재주를 가장 먼저 인정하지만, 유정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한 강천을 설득하지 못하며 결국 유정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육도가 사랑하는 인물이자, 유정을 짝사랑하는 김태도(김범 분)을 바라보는 여인 심화령은 서현진이 연기한다. 화령은 유정을 지극히 아끼면서도 유정만 바라보는 태도 때문에 인간적인 고뇌를 한다. 유정을 질투하다가도 벗인 그를 걱정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불쌍한 인물이다.

지난 5일 방송된 11회는 자꾸만 측은하게 여겨지는 육도와 화령의 슬픈 이야기가 극에 달했다. 육도는 이날 아버지 강천이 유정이 자신의 친딸인 줄 모른 채 사지로 몰고가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했다. 강천은 명나라 사신이 유정을 죽이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고자 끝내 말하지 못했다. 이를 알게 된 화령 역시 태도가 유정을 살뜰히 여기는 모습을 보고 질투심에 휩싸여 사실대로 전하지 않았다.
육도는 자신의 비겁함에 눈물를 글썽거렸고, 화령은 뒤늦게 유정이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태도에게 알렸다. 두 사람 모두 유정을 곤란에 빠뜨렸지만 이내 반성하고 인간적인 고뇌를 하는 모습을 보인 것. 육도와 화령은 때론 악역이었다가 때론 주인공 유정을 돕는 조력자였다가 변화무쌍한 인물이다. 때문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갈등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사극에서 주인공과 대척점을 지는 인물은 시청자들의 미움을 사기 충분하지만 두 사람은 그런 전형적인 그림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는 천재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지고, 아버지 강천을 무서워하는 육도가 인간적으로 다가오기 때문. 화령 역시 표독스러운 악역과 거리가 멀고, 오히려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는 짝사랑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애처로운 시선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육도 역의 박건형과 화령 역의 서현진이 짧은 장면에도 보여주는 섬세한 감정 연기가 밑바탕됐다. 두 사람은 많지 않은 분량에도 안방극장을 긴장하게 만들 정도로 높은 캐릭터 표현력을 자랑하고 있다.
한편 ‘불의 여신 정이’는 16세기말 동아시아 최고 수준의 과학과 예술의 결합체인 조선시대 도자기 제작소 분원을 배경으로 사기장 유정(문근영 분)의 치열했던 예술혼과 사랑을 그린다.
jmpyo@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