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고민은 불펜의 잦은 방화에 있다. 올 시즌 팀 블론세이브는 9회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주전 마무리였던 앤서니 르루는 거듭된 방화 끝에 한국을 떠났고 송은범 역시 이적 후 불펜으로 뛰었지만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에이스 윤석민이 불펜으로 전환한 상황이다.
때문에 KIA 선동렬 감독은 6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선발투수가 가급적이면 오래 버텨줘야 한다"며 선발로 등판할 헨리 소사에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선 감독은 "(윤)석민이가 마무리로 가면서 거기는 괜찮은데 중간이 문제"라며 걱정했다.
시즌 초 우승후보로 꼽혔던 KIA지만 현재 리그 6위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6일 경기 전까지 4위 두산과의 격차는 5경기, 5위 롯데와는 2경기 차이를 기록 중이었다. 롯데와의 맞대결에서 밀린다면 4강 재도약이 힘들어 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경기 시작 전부터 더그아웃에서 감지됐다.

이날 경기 선발투수 소사는 1회 수비실책이 겹치며 1사 2,3루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무실점으로 잘 넘겼다. 이어 2회와 3회는 연속 3타점퇴를 기록하면서 간만에 깔끔한 피칭을 펼쳤다. 하지만 4회, 타순이 한 바퀴 돌자 롯데 타자들은 소사의 공에 금세 적응했다. 손아섭과 전준우, 그리고 장성호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1-2로 역전을 허용했다.
계속되는 5회 소사는 선두타자 정훈에게 2루타를 내준 뒤 황재균을 땅볼 처리했지만 이승화에게 기습번트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1사 1,3루 실점위기, 당시 소사의 투구수는 71개로 아직 한계투구수까지 가려면 한참 남은 상황이었다.
여기서 KIA 벤치의 선택은 소사를 내리고 좌완 박경태를 투입하는 것. 손아섭이 앞선 두 타석에서 소사에게 모두 안타를 뽑아냈고, 한 점만 더 내주면 승부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조기강판을 결정한 것이었다. 소사가 마운드를 내려가는 시점에는 4⅓이닝 2실점, 남겨 둔 주자는 2명으로 다소 교체가 이른감이 있었다.
이 교체가 KIA에는 패착이 되고 말았다. 박경태는 첫 타자 손아섭에게 2타점 적시 2루타를 두들겨맞고 곧이어 박종윤까지 볼넷으로 내보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이날 경기의 승부가 갈렸다. 일찍 마운드를 내려간 소사, 그리고 KIA 모두에게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규시즌 종료까지는 40경기가 넘게 남았지만 KIA에게 남은 기회는 많지 않다. 갈 길 바쁜 KIA가 사직 원정 첫 날 승부수를 던졌지만 돌아온 건 입맛 쓴 패배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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