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악바리'다. 타석에서 보여주는 눈빛, 그리고 평범한 땅볼에도 이를 악물고 뛰는 모습은 그의 승부욕을 짐작케 한다.
손아섭은 올해까지 벌써 4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 중이고, 2년 연속으로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야수로 우뚝 섰다. 팬들 역시 그러한 손아섭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탐욕 스윙'이라고 표현되는 손아섭의 욕심이 있다. 공을 기다리는 유형의 타자가 아닌 손아섭은 간혹 스트라이크 존에서 크게 벗어나는 공에 속아 찬스를 무산시킨다. 그래서 그를 표현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손탐욕'이다.
그런데 정말 손아섭은 이기적인 선수일까. 팀 배팅보다는 자신의 성적관리를 위해 안타를 더 욕심내는 타자일까. 이러한 오해들에 대해 손아섭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다. 손아섭 역시 그런 이야기가 쏟아지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인터넷에 이름 검색해보면 온통 '탐욕, 이기적인 타자'와 같은 말이다. 팬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안다"고 말한다.

손아섭은 네 가지 예를 들면서 결코 자기만 생각하는 타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선 손아섭 하면 떠오르는 건 초구 타격이다. 적극적인 타자인 손아섭은 공을 기다리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치는 선수다. 손아섭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선수들의 초구 타율이 높지만 무조건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초구 타격도 상황에 맞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는 "내가 가장 잘 쳤던 2011년과 비교해보면 그때가 훨씬 초구를 많이 쳤고 유인구에도 속았다. 하지만 그때는 결과가 좋았고, 올해는 그 때만큼 성적이 안 나온다"며 "올해 초구타격 비율을 많이 줄였다. 그것 때문에 손해를 볼 때도 있다. 투수들은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실투를 많이 하는데 일부러 참다보니 그런 공을 놓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손아섭은 온몸으로 강하게 스윙을 하는 타자다. 혹자는 '컨택이 좋은 선수니 가볍게 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손아섭은 "사람들은 내가 욕심을 낸다고 하지만 그게 내 타격 스타일이다. 오히려 작게 스윙을 하려고 하다보면 내 타격 밸런스가 무너진다"고 말한다.
손아섭은 체구가 큰 선수가 아니다. 어찌보면 작은 체구로 총알같은 타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그 비결은 바로 그의 강한 스윙에 있다. 가볍게 컨택에 주력하다보면 일시적으로 타율이 올라갈 수도 있지만 손아섭과 같이 타격기술이 완성된 타자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풀스윙이 때로는 답답해 보일 때도 있겠지만 그게 바로 손아섭이 국가대표까지 도약한 비결이다.
그 다음은 유인구 대처다. 손아섭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에 자주 방망이가 나간다. 적극적인 타격은 때로는 욕심으로 비춰질 때가 있다. 특히 득점권에 주자가 있을 때 그러한 스윙은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손아섭은 여기에 쏟아지는 오해가 자신도 가장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왜 그런 공에 스윙을 하냐'고 말한다. 나도 당연히 그런 공에 방망이를 내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실제로 타석에 서 보면 그걸 참기 힘들다는 걸 알 수 있다. TV로 보는 팬들은 알기 힘들지만, 선수생활을 했던 분들은 다 이해하신다"고 항변했다.
이어 손아섭은 "유인구에 속는 건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졌을 때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밸런스의 업다운이 심한 편이다. 그래서 선구안이 부족한 모습을 상대적으로 자주 보여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팀 배팅에 대한 부분이다. 손아섭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팀배팅'과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흔히 주자가 2루에 있으면 1-2루간으로 땅볼타구를 보내 주자를 3루에 보내는 걸 팀배팅이라고 한다. 하지만 손아섭은 "최고의 팀 배팅은 안타를 치는 것이다. 아웃이 되면서 3루에 주자를 보내는 것보다 내가 안타치고 나가서 1,3루를 만드는 게 훨씬 좋다"고 강조했다.
이는 팀에서 요구하는 손아섭의 기대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손아섭은 "난 롯데의 3번 타자다. 팀에서 내게 원하는 건 아웃되는게 아니라 안타를 치고 나가는 것이다. 미국 야구, 예를 들어 오클랜드 같은 구단은 출루율을 강조해서 OPS를 중요하게 본다고 들었다. 그만큼 출루하는 것이 팀을 위해서도 가장 좋다. 난 내 위치에서 내게 맞는 팀배팅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손아섭은 팀에서 가장 타격을 잘 하는 타자다. 6일 사직 KIA전에서 시즌 첫 4안타를 기록한 손아섭은 타율 3할4푼4리로 이 부문 리그 2위를 기록 중이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