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불의 여신’ 이상윤표 광해, 로맨틱과 카리스마의 사이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8.07 08: 20

배우 이상윤이 연기하는 광해는 로맨티스트다. 동시에 영민하고 자신을 싫어하는 대신들의 기선을 잡을 수 있는 범접할 수 없는 장악력을 갖췄다.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 속 광해는 폭군이거나 비운의 군주로 표현됐다. 때문에 광해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대부분 연기력이 출중한 이들이 나서서 오락가락하는 감정 표현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이상윤이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를 통해 광해를 연기한다 했을 때 선배 배우들에 비해 짧은 연기 경력은 광해라는 인물을 잘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윤은 이런 우려를 연기력으로 날려버렸다.
지난 6일 방송된 ‘불의 여신 정이’ 12회는 광해가 그동안 아끼던 인물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유정(문근영 분)이라는 사실에 반가우면서도 깊은 상처를 받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유정은 사기장으로 성장하기 위해 죽은 것으로 위장했고 그를 아꼈던 광해는 수년간 사무치는 그리움을 드러냈다.

유정이 살아있고, 그동안 유독 마음이 쓰였던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광해는 복잡한 심경을 표출했다. 이후 광해는 유정이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고백할 때까지 시간을 주기 위해 그릇을 직접 만들겠다고 나섰다. 유정에게 이유 없이 반복되는 심부름을 시키고 유정의 가짜 이름인 ‘태평’을 끊임 없이 부르는 등 귀여운 심술을 펼쳤다.
유정이 끝내 자신에게 거짓말을 고하지 않자 서운한 기색과 함께 분노를 하는 모습까지 이날 광해는 귀여운 로맨티스트였다가 카리스마 넘치는 예비 군주였다가 변화무쌍했다. 이 과정에서 이상윤은 심술과 능청이 가득한 표정 연기를 보여줬다가 웃음기를 싹 거두고 폭발적인 장악력을 표현했다가 감정 기복이 심한 광해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유정에게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로 “정아”라고 낮게 읊조리는 연기는 일품이었다는 평가다.
지난 해 1000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광해’를 이끈 이병헌. 대중은 이병헌의 카리스마와 코믹을 오가는 연기에 감탄했고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상윤은 이병헌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 광해라는 인물을 자신의 색깔에 맞게 표현하고 있다. 이병헌의 광해가 카리스마에 코믹을 덧입혔다면, 이상윤의 광해는 카리스마에 사랑에 울고 웃는 로맨틱한 면모를 덧씌웠다.
이상윤은 상대 배우 문근영과의 빼어난 조화로 함께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태생적으로 슬픔이 가득한 광해라는 인물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방영 초반까지만 해도 그가 연기하는 광해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시청자들을 돌려세울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캐릭터 몰입도와 뛰어난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
이 드라마는 조선 최초의 사기장 유정의 성공 이야기와 함께 그를 사랑한 광해의 안타까운 사랑을 담는다. 아직 중반에 접어들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는 이상윤이 앞으로 보여줄 연기가 더욱 기대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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