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끝나자마자 (유)희관 선배가 공 챙겨주겠다고 뛰어갔는데 이미 외야로 날아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민)병헌이 형이 계속 ‘미안해, 미안해’ 했어요”.
데뷔 첫 승 기념구를 자칫 못 찾을 뻔 했으나 다행히 팬의 배려 덕택에 기념구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두산 베어스 2년차 우완 윤명준(24)이 첫 승의 기쁨과 함께 시즌 끝까지 좋은 모습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윤명준은 지난 6일 잠실 넥센전서 4-0으로 앞선 5회초 무사 1루서 선발 이재우를 구원해 마운드에 올랐다. 무사 만루까지 위기를 자초하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그는 볼을 남발하지 않고 씩씩하게 던지며 승계 주자 한 명의 득점만을 허용한 채 2⅔이닝 1피안타 1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거두며 데뷔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팀은 9회 3실점으로 5-4까지 따라잡혔으나 동점은 허용하지 않고 신승을 거뒀다.

대체로 투수들의 첫 승 등 기념할 만한 공은 야수들이 챙겨 투수에게 건네주게 마련이다. 그러나 6일 경기는 워낙 긴박하게 흘러갔고 마지막 타자 김민성의 타구도 빗맞아 잡기 어려운 공이었다. 우익수 민병헌은 이 공을 전력질주해 잡아낸 뒤 기쁨에 못 이겨 1루측 관중석으로 던지고 말았다.
다행히 구단 측에서 경기 종료 후 곧바로 관중석에 ‘윤명준의 첫 승 공을 돌려주셨으면 한다’라고 통보했고 팬의 배려 덕택에 윤명준은 오는 11일 경 첫 승 기념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여성 팬분께서 공을 갖고 있다고 하셨는데 남자친구를 맞고 굴절된 공을 챙겼다고 하시더라.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밝힌 윤명준은 경기 종료 직후 뒷이야기를 꺼냈다.
“9회초 돌입하면서 희관이형이 승리공을 챙겨주겠다고 하시고 종료되자마자 그쪽으로 뛰어갔는데 이미 병헌이형이 공을 관중석으로 던졌다고 하더라고요. 병헌이형도 워낙 긴박했던지 던지고 나서 계속 저한테 미안하다고 하고.(웃음) 다행히 팬 분께서 갖고 계신 덕택에 찾을 수 있게 되었어요”.
후배의 기념구를 날려버릴 뻔 했던 민병헌도 “워낙 긴박한 상황이라 잡고 나서 주위를 둘러봤는데 마침 (오)재원이 형이 있었고 그냥 기뻐하더라. 그래서 던지고 나서 보니 명준이 공을 못 챙겨줘서 어떻게든 다른 공으로도 주려고 했었다”라며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다행히 윤명준은 값진 데뷔 첫 승 공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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