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첫 공개, 현실공포 소름돋아..그런데 긴장감은?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3.08.07 18: 03

영화 '감기'가 기존 재난 공포영화들보다 훨씬 더 현실감 있는 공포로 보는 이들을 충격에 빠뜨릴 전망이다. 그런데 정작 재난영화에 있어야 할 긴장감이 결여돼 있어 보는 이의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든다.
7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감기'는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변종 바이러스로 재난 영화의 공포감을 극대화시키지만 다소 반복적인 이야기들로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감기'의 핵심 스토리는 무엇보다도 대재난 속에 갇혀버린 이들의 사투다. 밀입국 노동자들을 분당으로 실어 나른 남자가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한다. 환자가 사망한지 채 24시간이 되지 않아 분당의 모든 병원에서 동일한 환자들이 속출한다. 사망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분당의 시민들은 무방비 상태로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만다.

감염의 공포가 대한민국을 엄습하고 호흡기를 통해 초당 3.4명 감염, 36시간 내 사망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바이러스에 정부는 2차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 재난사태를 발령, 급기야 도시 폐쇄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린다. 피할 새도 없이 격리된 사람들은 일대혼란에 휩싸이게 되고 대재난 속 사랑하는 이들을 구하기 위한 사람들과 죽음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은 목숨을 건 사투를 시작한다.
'감기'의 연출을 맡은 김성수 감독이 직접 밝혔듯, '감기'는 실제로 일어날 법한 변종 바이러스라는 소재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오싹한 기분을 들게 한다. 영화 속 대재난이 언제든지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현실감 있는 공포로 말이다. 실제로 극 중 등장하는 변종 바이러스는 사람 간 감염이 확인된 적이 없지만 전문가들의 조언과 고증을 거쳐 영화에서는 사람과 사람으로 감염이 가능한 바이러스로 재탄생 돼 눈길을 끈다.
게다가 감기 증세가 바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변종 바이러스의 증상이라는 것 역시 우리를 소름돋게 한다. 이제껏 위험성을 의식하지 못한 채 일상 속에서 혐오감 없이 받아들여온 감기가 사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엄청난 바이러스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충격을 배가시키는 것. 주변에서 간혹 들려오는 기침 소리가 의식이 될 정도다.
그러나 소재가 주는 충격에 비하면 극이 주는 긴장감은 다소 약하다. 이는 가장 긴장되야 할 재난 발생 이후, 계속해서 장면이 반복되고 이야기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감염된 딸을 구하기 위한 엄마 인해 역의 수애와 그를 돕는 구조대원 지구 역의 장혁, 이렇게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은 영화가 흐르는 내내 감염된 딸 미르 역의 박민하를 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감염내과 전문의 답게 인해는 딸을 살릴 방법을 찾고 지구는 인해가 방법을 찾을 때까지 사력을 다해 시간을 벌어준다. 그런데 이게 전부다. 지구는 계속해서 위기에 처한 미르를 찾아 헤매고 인해는 미르가 죽을까, 미르를 어떻게 하면 살릴까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구하면 없어지고 구하면 없어지는게 미르고 그러한 미르를 지구와 인해는 끝까지 쫓아다닌다.
물론 재난영화에서 자녀와 부모, 모성애와 부성애는 필연성을 부여하고 감동을 배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재난영화의 단골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 한쪽에만 치우친 것은 자칫 보는 이들에게 지루함을 안겨줄 수 있다.
다행히도 장혁과 수애, 박민하, 그리고 마동석, 유해진, 이희준 등 화려한 출연진의 안정적 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여러 작품들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들은 대재난이라는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심리를 잘 표현하며 극 후반부에는 찡한 감동을 선사하는 결정적 역할을 해낸다.
하지만 연기력을 배가시켜주지 못하는 이야기는 보는 이들의 아쉬움을 자아낸다.
한편 '감기'는 '비트', '무사' 등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의 연출작으로 오는 15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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