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이 말하는 믿음의 야구란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3.08.08 06: 00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믿음의 야구'를 추구한다.
사령탑 첫해 유행어처럼 번진 '나믿가믿'(나는 믿을거야, 가코 믿을거야)에서 알 수 있듯 한 번 선수를 믿으면 끝까지 간다. 때로는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기도 한다. 하지만 류 감독은 흔들리지 않는다. 언젠가는 제 몫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선수들도 스승의 믿음에 반드시 보답한다.
이승엽, 채태인(이상 내야수), 차우찬(투수)이 대표적인 케이스. 7일 대구구장에서 만난 류 감독에게 '선수를 신뢰하는 기준과 한계 시점'에 대해 물었다. 이에 류 감독은 "경륜이라고 할까. 선수들의 경륜을 무시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야구는 잘하는 선수가 잘 한다는 의미였다.

류 감독은 "못하는 선수가 갑자기 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경륜이 있는 선수는 언젠가는 올라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륜이 풍부한 선수가 지금 당장 부진하다고 경륜이 없는 선수를 투입하는 건 모험이다. 그렇게 해서는 이길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과거 활약도만 놓고 판단하는 건 아니다. 류 감독은 "경륜이 풍부한 선수 가운데 기본적인 체력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 얼마든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다"며 "부진의 원인을 빨리 찾아 끊임없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마땅한 대체 선수가 없다는 점도 또다른 이유다. 류 감독은 "일부 사람들은 '2군 선수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도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팀성적이 떨어질 수 있는데 언제까지 무작정 기회를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류 감독은 "팀 상황에 따라 리빌딩이 필요하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팀이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다르다"며 "그렇기 때문에 경륜이 풍부한 선수들이 정상 궤도에 올라올 수 있도록 믿음을 줘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류 감독은 이승엽이 부진할때마다 "그만한 선수가 어디 있느냐"고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이에 이승엽은 "정말 너무 믿어주셔서 어떨 땐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면서도 "감독님께서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독려해주셨다. 나 역시 하루빨리 헤쳐나가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사자 군단의 선두 질주는 류 감독의 '믿음의 야구' 덕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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