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믿윤' 윤성효의 징크스 격파, 그리고 '겉옷매직'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8.08 07: 15

FC서울과 부산 아이파크의 FA컵 8강전 경기가 90분을 향해 치달았다. 스코어는 2-1 부산의 리드. 부산의 서포터들이 모여있는 관중석에서는 "세제믿윤"을 외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믿음직한 윤성효'를 의미하는 '세제믿윤'을 구호로 한 부산팬들의 외침은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과 함께 기쁨의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윤성효 감독이 이끄는 부산 아이파크는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하나은행 FA컵 8강전 FC서울과 경기서 2-1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2002년 이후 번번이 서울과 원정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던 부산이 마침내 징크스를 깬 것이다.
길고 긴 징크스였다. FC서울의 전신인 안양 LG 시절을 포함, 2002년 9월 이후 서울 원정 16경기 연속 무승(3무 13패)에 허덕이던 부산에 있어 이날 승리는 무려 11년에 달하는 긴 시간을 지배해온 서울 원정 징크스를 격파한 감동적인 것일 수밖에 없었다.

부산의 '징크스 격파'에는 윤성효 감독이 있었다. 숭실대 감독으로 대학축구를 평정하며 사령탑으로서 지도력을 검증받은 윤 감독은 2010년 6월 수원의 새 감독으로 취임했다. 부임하자마자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와 함께 '세제믿윤'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비난을 더 많이 받았다.
그리고 수원에서 보낸 2년 6개월의 시간을 정리하고 떠난 윤 감독은 지난 12월 부산의 새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고향팀이라는 점이 더해져 한결 마음이 편한 무대였다. 부담을 벗은 윤 감독은 팀을 만들어가며 취임 당시 자신이 1차적 목표로 삼았던 스플릿 A그룹 잔류를 목전에 뒀다. 그리고 '보너스' 삼아 부산이 그동안 발목을 잡혀왔던 징크스를 연달아 격파해나갔다.
윤 감독의 부산은 지난 5월 5일 대구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며 2003년 대구 월드컵 경기장에서 리그 경기 진행 이래 3무 4패의 무승 징크스를 깼다. 또한 지난 시즌부터 계속된 경남전 무승 징크스 역시 깨부쉈다. 2012년 8월 22일 0-2로 패한 이후 4경기째 경남을 꺾지 못했던 부산은 지난 3일 임상협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안방에서 5-1의 대승을 거두며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서울전. 앞의 두 가지 징크스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독한 징크스였다. 무려 11년 동안 부산을 옭죄어온 원정 무승 징크스마저 깰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이었다. 부산 서포터가 있는 관중석 쪽에서는 다시 한 번 '윤성효 부적'이 올라왔다. 끔찍한 무더위 속에서 0-0 균형이 이어지던 부산의 벤치에서는 윤 감독이 꿋꿋하게 양복 겉옷을 벗지 않고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윤 감독의 '겉옷매직'이었다. 승리한 팀에나 가능한 소설적 수사지만, 윤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후 "날이 더운데 왜 겉옷도 벗지 않고 있었냐"는 취재진의 소소한 질문에 웃음으로 답했다. "더웠지만 계속 입고 있으면 승리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벗을 수 없었다"는 것. 윤 감독의 본능적인 감, 길게 이어져온 징크스를 깨끗하게 격파한 힘은 감탄할 만하다. "입고 있으면 승리할 것 같았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한 마디에도 '겉옷매직'이라는 비현실적인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은 이유다.
costball@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