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에 위치한 원동중학교(이하 원동중)는 2년 전까지 폐교를 걱정해야 할 작은 시골 중학교였다. 학생들의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도 교육청은 원동중의 통폐합을 준비하고 있었다.
원동중이 그대로 학교 이름을 지킬 수 있었던 건 바로 야구 덕분이다. 2011년 당시 원동중의 소식을 전해들은 허구연 KBO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은 "야구 특성화 학교로 전환해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단순히 야구부를 운영하는 학교가 아니라 야구와 학업을 병행하며 모든 남학생이 선수로 뛰는 특성화학교로 전환한 건 성공했다. 초등학교 때까지 야구를 했지만 야구부가 있는 중학교 진학에 실패한 학생들이 원동중으로 모여들었다.
그로부터 2년, 전교생 51명의 작은 시골학교 원동중은 창단 2년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원동중은 4일 구덕야구장에서 열린 '제43회 대통령기 중학야구대회'에서 부산 개성중을 5-4로 제압하고 창단 2년만에 우승을 거뒀다. 각 시도의 1,2위 팀이 참가, 모두 33개 팀이 우승기를 향한 각축을 벌인 대회이기에 그 의미는 더욱 컸다.

전교생 51명 가운데 야구부원은 20명이다. 1학년이 3명, 2학년이 11명, 3학년이 6명이다. 이들은 든든한 지원을 받는 명문교들과 맞붙어 전혀 밀리지 않고 우승을 차지했다. 원동중 신종세 감독은 "정말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장하다. 2년만에 우승을 하는 건 정말 불가능한 일인데 결국은 해내고 말았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원동중의 우승은 학교와 학생,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의 희생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 감독은 학생들이 수업을 마친 뒤인 오후 3시 20분부터 야구부 훈련을 시작했다. 이들의 훈련은 밤 11시 20분까지 계속됐는데 가끔은 맹훈련을 견디지 못한 학생이 도망가는 일도 있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고생 많았다. 도망가는 선수들 찾으러 다니느라 우리도 힘들었다"며 웃었다.

2011년 신입생을 받은 원동중은 이제 첫 야구팀 졸업생 배출을 앞두고 있다. 원동중 출신 학생들은 야구팀이 있는 고교들로부터 인정을 받아 3학년 졸업예정인 6명 모두 진학이 결정됐다고 한다. 2년 전 진학할 곳이 없어 애를 태우다 원동중 야구부를 찾아왔던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은 기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3학년 학생들의 진학이 발표된 후 야구부에는 기쁨의 환희와 함께 눈물이 넘쳐났다고 한다. 함께 구슬땀을 흘린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양산지역에는 야구부를 가진 고등학교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 성공적으로 진학한 것도 기쁘지만 동료들과의 작별은 아이들의 눈망울에 눈물을 맺히게 했다.
하지만 또 다른 기적이 생겼다. 바로 양산에 있는 고등학교 가운데 야구팀 창단의사를 밝힌 학교가 나온 것이다. 신 감독은 "아직 확정적인건 아니지만 도 교육청과 이야기가 다 됐다. 내년 4월이면 양산에도 야구팀이 창단된다. 그러면 우리 학생들이 흩어지지 않아도 된다"고 기뻐했다.
내년 양산에 고교 야구팀이 창단되면 현재 2학년 학생들은 전원 진학이 가능하다. 원동중에서 우승을 일궈냈던 멤버들이 함께 진학하는데 이들을 꺼릴 학교는 없다. 신 감독은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것만큼 양산에 야구팀이 생긴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말했다.
학생야구계에 작은 기적을 잇따라 만들어낸 원동중은 7일부터 16일까지 포항에서 벌어질 2013 KBO 총재배 전국중학야구대회에 참가한다. 2년 전, 시작은 미약했지만 이제는 한국 야구계, 더 나아가 교육계에 큰 파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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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중학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