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이가 워낙 저한테 송구를 잘 했으니까요”.
결승타에 상대 추격세를 끊는 재빠른 중계 플레이까지. 이제 그를 일컬어 ‘주전급 백업’이라고 부르는 자체가 미안할 정도다. 두산 베어스 10년차 내야수 김재호(28)는 올 시즌 팀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김재호는 지난 7일 잠실 넥센전서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5회 결승 좌전 안타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공격 면에서 맹활약한 동시에 수비에서도 확실한 수훈을 보여주며 11-7 승리를 이끌었다. 주전 유격수 손시헌의 슬럼프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며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재호는 올 시즌 53경기 2할9푼5리 19타점 3실책을 기록 중이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무엇보다 9-7로 앞섰던 6회초 장기영의 우익수 방면 2루타 때 재빠른 중계 플레이로 준족의 타자주자를 잡은 것이 뛰어났다. 마운드에 있던 홍상삼이 첫 타자 장기영을 상대로 불안한 제구를 보여줘 여기서 주자가 득점권에 나갔다면 중심타선으로 이어지는 흐름 상 두산의 승리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우익수 정수빈-2루수 김재호로 이어진 중계플레이는 장기영의 발을 제대로 끊었다. 몸에 맞는 볼로 교체된 오재원을 대신해 손시헌이 투입되자 2루로 이동한 김재호는 이미 장기영이 3루까지 노릴 것이라는 계산을 넣고 공을 이어받은 뒤 물 흐르듯 부드러우면서도 빠른 동작으로 3루 송구해 장기영을 잡아냈다. 장기영이 아웃된 뒤 홍상삼도 제 구위와 감을 되찾아 호투를 펼쳤다. 김재호 입장에서는 결승타에 슈퍼 세이브까지 보여준 최고의 날이었다.
경기 후 김재호는 결승타 순간에 대해 “슬라이더였는데 코스가 몰린 감이 있었다”라고 밝힌 뒤 정수빈과의 만점 중계 플레이에 대해 묻자 “타자주자 장기영이 워낙 빠른 선수인 만큼 3루를 노릴 것이라고 염두에 뒀다. 마침 거침없이 뛰길래 반드시 3루 진루는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제가 잘 했다기보다 워낙 수빈이 송구가 좋았어요. 그래서 잡을 수 있었지요”. 한때 제대로 된 기회를 잡지 못해 속으로 울분을 참아야 했던 김재호는 이제 당당한 간판 내야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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