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와 정부가 음원사재기 철퇴에 두팔 걷어부치고 나선 가운데, 이같은 움직임이 전반적인 음원시장의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가요계는 음원사재기와 같은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왜곡된 음원시장의 전반적인 검토가 반드시 함께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나 일본 시장과 달리 공연시장 등이 활성화되지 않아 신곡을 홍보할 수 있는 루트가 오로지 방송과 차트에만 국한돼 있어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사재기와 같은 현상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우선은 선량한 기획사를 부추기는 브로커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대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브로커들은 여러 자료들을 제시하고 대형기획사 등을 돌며 홍보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브로커만 없어도 음원 사재기는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함께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재기의 근본 원인은 차트 순위를 올려야만 살아남는 구조다. 보다 근본적으로, 여러 장르의 가수-음악과 공생하는 가요 생태계에 대해 논의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연제협에서는 이미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음원시장 문제점을 짚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다른 가요제작자들도 차트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가요계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신인가수 제작자는 "음악프로그램 순위제가 강화되면서, 출연 여부에 음원 순위가 큰 역할을 하게 됐다. 순위가 낮으면 방송을 포기해야 하는데 사실 방송 출연 외에는 홍보 루트가 아예 없는 상황이다. 음원 순위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음원의 수명이 너무 짧아 초반에 상위권에 진입하지 못하면 그냥 묻히고 만다. 짧은 시간에 승부를 보기 위한 방법으로 일부에서 사재기의 유혹에 빠지는 게 아닌가 한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매시간 실시간 차트를 내놓은 음원사이트에서 상위권을 지키기란 하늘에 별따기인 상황이다.
장기적인 홍보가 어렵다는 것. 그나마 음악프로그램을 통한 홍보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심야 음악프로그램은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거의 유일하다. MBC와 SBS는 음악 전문 프로그램을 폐지한 후 부활시키지 않고 있으며, 음악 전문 채널인 엠넷 조차도 '머스트' 등을 폐지했다. 아이돌 중심의 생방송 프로그램이 아니면 나갈 데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홍보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트 성적은 행사비에 직결된다. 행사는 대학 축제를 비롯해 지방 행사, 해외 프로모션까지 매우 다양하며 가요기획사의 주수입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같은 행사비에는 차트 성적이 주요 기준으로 작용한다. 한 관계자는 "차트 성적에 따라 행사비를 부르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우선 사재기에 국한해서는 강력한 대응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SM-YG-JYP-스타제국이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 수사를 촉구하고 나선 데 이어 정부는 음원 사재기를 하다 걸리면 저작권료를 박탈한다는 내용의 방안을 내놨다. 이 움직임만으로도 향후 기획사들의 브로커 접촉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음원 조작으로 피해를 받고, 나아가 멀쩡한 기획사까지 의심을 받는 등 몸살을 앓아온 가요계는 반색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이 나아가 음원 시장 개선에 물꼬를 틀 수 있을지 큰 관심을 받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8일 "음원 사재기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해당될 경우 저작권사용료 정산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며 "온라인서비스사업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음원 사재기에 대해서는, 문체부, 권리자, 온라인서비스사업자 간 합의를 통해 음원 사재기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해당될 경우 저작권사용료 정산 대상에서 제외해, 수입으로 연결되지 못하도록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음원 사재기'란 음악차트 순위 조작 또는 저작권사용료 수입을 목적으로 저작권자 또는 저작인접권자가 해당 음원을 부당하게 구입하거나, 전문 업체 및 기타 관련자로 하여금 해당 음원을 부당하게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다.
ri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