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확 띄지는 않았지만 말 그대로 감초와 같은 활약이었다. 김강민(31, SK)의 집중력과 센스가 SK의 승기를 굳히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경기였다.
SK는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4-1로 이기고 2연승을 기록했다. 매 경기가 사실상 총력전인 SK로서는 흐름을 이어가는 귀중한 승리였다. 3타점을 기록하며 해결사 면모를 과시한 김상현,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7승을 챙긴 김광현도 수훈선수였지만 김강민의 보이지 않는 활약상을 빼놓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는 승리였다.
2회 1사 2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선 김강민은 볼넷을 골라 나갔다. 넥센 선발 문성현의 제구가 흔들리는 것을 간파했다. 침착하게 공을 골랐고 결국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다. 타석 중간 박정권이 투수 견제 실책으로 3루에 갔으나 욕심을 내지 않고 출루에 중점을 뒀다. 결국 이는 후속타자 김상현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결실을 맺었다.

1-0으로 앞선 4회에는 안타는 물론 주루 센스가 빛났다. 4회 2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강민은 중전 안타를 때려 만루를 만들었다. 이후 김상현의 좌전 안타 때 3루 주자 최정이 홈을 밟은 상황에서 2루 주자 박정권도 홈을 향해 달렸다. 타구가 상대적으로 깊지 않아 좌익수 오윤이 승부를 걸었다. 송구도 빠르고 정확해 보였다.
그러나 여기서 김강민이 3루로 뛰기 시작했고 이를 본 넥센 내야는 공을 커트해 김강민을 잡는 것을 택했다. 그 사이 홈 승부가 아슬아슬하게 보였던 박정권은 유유히 홈을 밟았다. 아웃카운트 하나와 점수 하나를 확실하게 바꾼 김강민의 보이지 않는 공헌이었다. 넥센 타선이 초반부터 보여준 불발탄을 생각하면 2점 리드와 3점 리드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4회 곧바로 유한준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더 그랬다.
3-1로 앞선 6회에는 해결사 몫을 했다. 2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강민은 문성현으로부터 중전 안타를 뽑아내며 타점을 올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 자신의 26타점 중 18타점을 2사 후에 올렸을 정도로 2사 후 집중력이 남달랐던 김강민이 다시 진면모를 과시했다. 7회에는 수비로 빛났다. 이택근의 타구가 우중간으로 향했지만 전력질주한 김강민이 공을 끊어내며 단타로 막아냈다. 불펜이 일찍 동원된 SK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 또한 의미가 있었다. 공·수·주에서의 맹활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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