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롯데, 한여름 밤 수놓은 명품 수비열전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8.08 22: 01

LG와 롯데는 만날 때마다 뜨거운 혈전을 벌인다. 때문에 이들 둘이 만나는 경기는 흥행 보증수표다. 언제 어떤 플레이가 나올지 예측이 힘들고, 경기 막판 뒤집히는 경기도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구 팬들은 LG와 롯데가 만나면 '엘롯라시코'라고 부르며 기대한다.
사실 '엘롯라시코'라는 말에는 부정적인 의미도 담겨있다. 적당한 실책은 경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기도 한다. 야구의 특성 가운데 하나인 불확실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유독 LG와 롯데가 경기를 하면 실책으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날 LG의 수비는 올 시즌 이 팀이 왜 2위를 굳게 유지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줬다. 내외야에서 연달아 호수비가 나온 건 야수들의 기본기가 탄탄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신감이었다. LG 야수들은 결코 타구를 미루거나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가볍게 몸을 날려가며 처리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 분위기가 선순환으로 이어진 좋은 예를 보여줬다.

1회부터 LG 내야는 호수비를 보여줬다. 1사 2루에서 손아섭의 빗맞은 타구는 중견수와 2루수, 유격수 사이의 삼각지대로 향했다. 잡기 어려운 타구였지만 유격수 오지환은 끝까지 집중력을 보여주면서 몸을 날려 머리위로 날아 온 타구를 처리했다. 이어 2회에는 무사 1루에서 2루수 손주인이 박종윤의 빠른 땅볼타구를 하프 바운드로 몸을 낮춰 제대로 잡아 4-6-3으로 이어지는 병살플레이를 완성시켰다.
LG의 호수비는 5회에도 나왔다. 1-0으로 앞선 가운데 이승화가 1사 후 2루타를 치고 나갔다. 타석에는 타격 2위 손아섭, 그는 우규민의 공을 제대로 공략해 우중간으로 빠른 타구를 보냈다. 적시 2루타가 되나 싶었지만 어느 새 우익수 이진영이 달려와 무의식적으로 글러브를 쭉 뻗었다. 손아섭의 타구는 이진영의 글러브 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7회에는 김용의가 큰 키와 긴 팔을 이용해 환상적인 호수비를 보여줬다 2-4로 역전을 허용한 가운데 1사 2루에서 박종윤이 타석에 섰다. 박종윤은 1루 베이스를 스쳐가는 우익선상 2루타성 빠른 타구를 날렸지만 김용의가 이를 건져냈다. 그리고 1루로 커버를 들어오던 이동현에게 토스, 이동현은 슬라이딩을 하면서 박종윤을 잡아냈다.
롯데 역시 지지 않았다. 1회부터 좌익수 이승화의 강하고 정확한 어깨가 빛을 발했다. 2사 후 송승준은 이진영-정의윤에게 연속안타를 맞았다. 이때 정의윤의 타구는 좌익수 깊은 곳까지 흘러갔고, 이승화는 이를 2루에 정확하게 뿌려 정의윤을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정훈-신본기 키스톤 콤비의 호흡도 훌륭했다. 4-6-3 병살은 주자의 진행방향과 송구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6-4-3 병살에 비해 처리하기가 힘이 든다. 4-6-4 병살로 키스톤 콤비의 능력을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날 정훈과 신본기는 두 차례나 4-6-3 병살타를 성공시키며 LG의 맥을 끊어놓았다.
8회말 다시 호수비가 나왔다. 5-4 리드를 지키던 2사 후 정성훈이 좌측 펜스를 맞히는 깊숙한 타구를 날렸다. 여기서 좌익수 이승화는 완벽한 펜스플레이로 한 번에 공을 잡아 커트를 나온 문규현에게 정확하게 공을 뿌렸다. 문규현은 물 흐르듯이 2루에 대기 중이던 정훈에게 송구를 했고, 환상적인 중계플레이로 아웃을 잡았다.
백미는 바로 9회말 터졌다. 롯데가 5-4로 앞선 9회말 2사 후 LG는 2사 2,3루 기회를 잡았다. 오지환의 타구는 우중간으로 향했고 중견수 전준우가 몸을 날리며 이를 잡았다. 양 팀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나와 아웃을 확인할 정도로 놀라운 호수비였다. 결국 아웃 선언이 되었고 그렇게 경기는 끝이 났다.
스코어도 박빙이었다. LG가 선취점을 얻었지만 롯데가 동점을 이뤘고, 역전과 재역전 끝에 롯데가 5-4, 한 점차 승리를 거뒀다. 뜨거운 한여름 밤 그라운드를 더욱 뜨겁게 달군 양 팀의 수준높은 혈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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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민경훈 기자,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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