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4번을 치든 같습니다. 잘 친다싶어서 4번 자리에 갖다놓으면 다들 헛방망이니 원…"
최근 롯데 자이언츠 김시진 감독으로부터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올 시즌도 벌써 70% 이상 진행됐지만 롯데의 4번 타자 찾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혹자는 일본 프로야구 진출한 '이대호의 기가 너무 세서 적임자를 찾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농담까지 던진다.
김 감독이 한숨을 내쉬는 건 이유가 있다. 올해 롯데는 모두 5명의 4번 타자를 기용했지만 모두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가장 많이 출전한 강민호는 올해 4번 타자로 출전한 경기에서 2할4푼4리 5홈런 31타점, 전준우는 타율 2할1푼6리 5타점을 기록했다. 좌타자인 김대우는 2할9리 2홈런 16타점, 장성호는 8푼7리 4타점, 박종윤은 단 1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4번으로 출전 했을때가 시즌 타율보다 낮다는 점. 그 만큼 4번 타자는 선수에게 영광스러운 자리면서 부담스러운 자리이기도 하다.
8일 LG전에서 롯데 김시진 감독은 4번 타자로 전준우를 내세웠다. 그 동안 언더핸드 투구가 선발로 나오면 좌타자에 그 자리를 맡겼던 것과는 조금 달라진 기용법이었다. 이날 선발은 우규민, 이는 전준우가 올 시즌 언더핸드를 상대로 타율 3할7푼5리 7타점으로 강했기 때문에 이뤄진 조치였다.
전날 경기에서 4번으로 출전해 2타점 적시타를 날리기도 했던 전준우는 좋은 타격감을 그대로 이어가며 4번 타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활약을 했다. 4타수 3안타 1사구 2타점으로 제 역할을 충분히 했고 그가 기록한 안타와 타점 모두 팀 승리와 직결됐다. 5회 2사 3루에서 터트린 동점타, 그리고 7회 무사 1루에서 나온 적시 2루타 모두 값졌다.
무엇보다 '4번' 전준우의 진가는 수비에서 나왔다. 5회 우익수 손아섭과 동선이 겹치며 아쉬운 수비를 보여줬던 전준우지만 9회 2사 후 환상적인 다이빙캐치로 팀 승리를 지켜냈다. 5-4로 한 점 앞선 9회말 2사 2,3루, 오지환의 타구는 우중간으로 향했고 전준우는 몸을 날려 이를 잡아냈다.
경기 후 전준우는 "최근 4번 타자로 나오면서 앞선 1,2,3번 타자들이 찬스를 만들어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아무래도 날이 덥고 습도가 높은 탓에 경기에 집중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데 타석에서 중심타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타석에 들어서는게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활약의 비결을 밝혔다.
끝내기 안타가 될 뻔한 장면, 그렇지만 전준우는 이 타구를 잡아내며 '끝내기 수비'를 보여줬다. 타격과 수비까지, 모두 완벽했던 전준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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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