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명승부에 얽힌 '30분의 비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8.09 06: 41

8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맞대결은 야구의 진수를 느끼기에 충분한 명승부였다. 경기는 5-4, 롯데가 승리를 거뒀는데 단순히 박빙이었기 때문은 아니다.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인 까닭도 있지만 군더더기 없는 호수비가 연신 그라운드에서 나왔다. LG는 탄탄한 내야수비와 재빠른 외야수비로 왜 그들이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지 그라운드에서 증명해냈고, 롯데 역시 완벽한 중계플레이와 몸을 던지는 호수비로 승리를 쟁취했다.
명승부의 방점은 롯데 외야수 전준우가 찍었다. 롯데가 5-4로 앞선 9회말 2사 2,3루, LG 오지환의 타구는 우중간으로 향했다. 만약 안타가 되면 역전 끝내기로 LG의 승리가 확실시되던 상황, 여기서 전준우는 다이빙캐치로 공을 잡아내 '끝내기 수비'를 작렬했다.

사실 롯데와 LG 모두 피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7일 LG는 창원에서, 롯데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왔다. 그래서인지 LG의 경기 전 훈련은 가벼운 스트레칭과 타격연습만 진행됐다.
그런데 롯데는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4시 반이 되도록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롯데 선수단이 잠실구장에 도착한 시각은 4시 39분이었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어제 새벽 3시 반쯤 서울에 도착해서 짐 풀고하니 4시쯤 되더라. 매일 하는 연습보다 조금은 쉬는게 필요하겠다 싶어서 평소보다 30분 늦게 야구장으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에서 두 팀이 보여준 호수비 퍼레이드는 고도의 집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집중력은 체력에서 나온다. 아무리 정신력으로 이겨내려고 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 더욱이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초는 더욱 그렇다.
30분 늦게 야구장에 도착한 롯데 선수단 역시 가볍게 훈련을 소화하고 경기 준비에 돌입했다. 워낙 더웠기에 롯데 선수들은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에 비오듯 땀이 쏟아졌다. 이럴 때는 오히려 쉬는 것이 전력을 지키는 방법이다.
경기 후 롯데 선수의 '30분 늦은 출근'에 대한 예찬이 이어졌다. 3안타에 역전 결승타를 친 황재균은 "오늘 경기장에 30분정도 늦게 나왔는데 무더위에 체력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 경기 전 계속해서 연습을 이어가자는 각오로 선수단이 똘똘 뭉친것이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증언했다.
김 감독도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는 "이제부터는 체력 싸움이다. 오늘 출근시간을 30분 늦게 조정했는데 사실 연습은 매일 이뤄진다. 30분 늦게 한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말했다.
더운 여름에는 잘 쉬는 것이 보약이다. 롯데는 30분 늦게 출근을 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덕분에 야구장을 찾은 팬들도 높은 수준의 경기를 관람하고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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