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가 그렇듯, 야구 또한 모두가 주연이 될 수는 없다. 엄연히 주전선수와 후보선수가 나뉘어져있고 상위타순과 하위타순이 존재한다. 마운드 또한 선발투수와 불펜투수로 역할이 분리되어 있어 주목을 받는 정도가 다르다.
하지만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주연과 조연이 조화를 이뤄야하는 것처럼, 팀이 이기려면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모든 선수들이 자기 몫을 해야 한다. 그런데 후반기 16승 3패, 6월 22일 이후 33승 8패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찍고 있는 LA 다저스는 모두가 주연이다. 적극적인 투자로 스타군단을 만들었지만, 스타 선수 한 두 명이 팀을 이끌지는 않는다.
지난 8일 세인트루이스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 다저스는 타선이 18안타를 몰아치며 13-4 대승을 거뒀다. 투수를 제외한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타자 전원이 안타를 기록, 그야말로 세인트루이스 마운드를 폭격했다.

주목할 부분은 다저스의 선발 라인업이 100% 전력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3루수 제리 헤어스톤은 대타 혹은 대수비 카드, 팀 페데로위츠는 백업포수, 2루수 스킵 슈마커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디 고든은 주전 유격수 핸리 라미레스의 부상으로 콜업된 마이너리그 유망주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선 이들이 팀 공격의 중심을 잡았다. 슈마커, 데데로위츠, 고든 모두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헤어스톤은 2회초 기선제압을 이끈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경기 후 매팅리 감독은 “2회초에 헤어스톤이 큰 안타를 쳤다. 페데로위츠와 고든도 멋진 경기를 만들었다. 우리 타선은 계속해서 점수를 뽑았다”며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줬는데 새롭게 라인업에 들어온 선수들이 팀에 에너지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들 또한 자신감을 얻었다. 우리 팀은 누구를 태타로 써도 놀랍지 않은 팀이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실제로 최근 다저스는 매 경기 결승타의 주인공이 다르다. 푸이그 곤살레스 라미레스의 클린업트리오가 타선의 중심 역할을 소화하는 것과 동시에, 마크 엘리스, A.J. 엘리스, 슈마커, 헤어스톤, 우리베, 푼토 등도 중요한 순간 한 방을 치고 있다.
류현진 선발 등판 경기 역시 마찬가지. 21번의 선발 등판을 치르는 동안 많은 선수들이 공수에서 류현진의 짐을 덜어줬다. 푸이그 곤살레스 라미레스 뿐이 아닌 슈마커, A.J. 엘리스, 푼토, 우리베 등이 호수비와 적시타를 작렬했다. 특히 주전포수 A.J. 엘리스는 류현진 선발 등판 경기서 49타수 20안타(타율 4할8푼)로 시즌 타율 2할5푼5리를 훌쩍 상회하는 기록을 남기는 중이다. 전날 엘리스가 휴식을 취한만큼, 류현진은 이번 선발 등판에서 A.J. 엘리스와 호흡을 맞출 확률이 높다.
매팅리 감독을 비롯한 다저스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락커룸에서 ‘WHO’S THE MAN(누가 팀의 주연인가?)’이란 문구가 적혀있는 티셔츠를 입는다. 선수들 모두 누구든지 팀의 승리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류현진의 22번째 선발 등판 경기에선 누가 주연으로 떠오를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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