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우완 파이어볼러 김혁민(26)이 최다 피홈런의 불명예를 쓸 위기다.
김혁민은 지난 8일 대구 삼성전에서 이승엽과 채태인에게 홈런 2방을 맞고 2⅓이닝 7피안타 3볼넷 3사구 1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지며 시즌 10패(5승)째를 당했다. 피홈런은 벌써 23개. 피홈런 부문 공동 2위 장원삼(삼성)과 윤희상(SK)이 13개라는 것을 감안하면 김혁민의 피홈런은 독보적인 수준이다.
지금 이 기세라면 역대 한 시즌 최다 피홈런도 가능하다. 역대 최다 피홈런은 지난 2009년 한화 안영명으로 무려 34개의 홈런을 맞은 바 있다. 김혁민은 산술적으로 올해 약 35개의 피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2009년이 극단적인 타고투저 시즌이었고, 대전구장이 작았다는 것을 비추어 볼 때 올해 김혁민의 피홈런은 기록적인 페이스다.

김혁민은 올해 20경기 중 13경기에서 홈런을 맞았다. 특히 2개 이상 멀티 홈런을 맞은 것이 6경기나 되며 그 중 3경기에서는 3홈런 이상 허용했다. 지난 6월17일 문학 SK전에서는 무려 4개의 홈런을 맞기도 했다. 올해 81실점 중 57실점이 홈런으로 만들어졌으니 그에게는 홈런이 너무도 치명적이었다.
구장이나 타자 유형도 크게 가리지 않았다. 펜스가 확장된 홈 대전(6개) 뿐만 아니라 문학(5개)·잠실(3개)·목동(3개)·마산(3개)·대구(2개)·광주(1개) 등 사직구장을 제외하면 등판한 모든 구장에서 홈런을 내줬다. 우타자에게 13개, 좌타자에게 10개로 비슷했다. 솔로 홈런 10개, 투런 홈런 7개, 스리런 홈런 5개, 만루 홈런 1개로 모든 종류의 홈런을 맞았다.
구종별로는 직구가 16개로 가장 많았고, 포크볼과 슬라이더가 3개이며 투심도 하나 있었다. 홈런의 대부분이 직구를 맞은 것인데 공이 높거나 한가운데로 몰린 탓이었다. 홈런을 맞은 16개의 직구 탄착군을 보면 낮게 제구된 게 전무하다.
그렇다면 원인은 무엇일까. 한화 김성한 수석코치는 "공이 빠르지만 볼이 되는 게 많다. 그럴 때 스피드를 줄이고 카운트를 잡으려다 던지는 것이 홈런으로 연결되고 있다. 가운데로 몰리는 공도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김혁민이 맞은 직구의 홈런은 구속이 다 145km 이하로 아주 빠르지 않았다.
김혁민도 문제를 알고 있다. 그는 "힘으로만 승부하려다 보니 홈런을 많이 맞았다. 직구 위주로 던지니 타자들도 노리고 들어온다"며 "직구를 더 세게 던지려 한 게 문제다. 그럴수록 몸에 힘이 들어가 공이 높아졌고, 홈런을 많이 맞았다"고 스스로 분석했다. 그러나 문제를 알아도 해결이 잘 되지 않고 있다.
결국 볼 스피드와 제구의 딜레마에 빠졌다. 소위 말하는 '긁히는' 날에는 누구도 칠 수 없는 강한 공을 뿌리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불안하다. 언제나 그렇듯 기복을 줄이는 게 김혁민의 최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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