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왼손은 여전히 불편해 보였다. 아이싱을 하고 있었다. 이재원(25, SK)은 “날이 더워서 그런지 자꾸 아프다”고 했다. 하지만 얼굴 표정은 밝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재원은 ‘반쪽선수’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고교 시절 최고의 대형 포수 자원으로 평가받았지만 정작 2006년 입단 이후 포수 마스크를 쓴 적은 별로 없다. 대신 타격 재능을 인정받아 지명타자로 나서는 일이 많았다. 여기에 그는 ‘왼손투수 킬러’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왼손투수가 선발로 예고됐을 때만 나서는 선수가 되곤 했다.
포수가 포수 마스크를 쓰지 못하고, 타자가 왼손투수만 상대했다. 이런 굴레는 항상 이재원을 괴롭혔다. 그 벽을 넘고 일어서야 하는데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군 입대도 그 벽을 뚫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 들어서는 점차 색다른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오른손 투수가 선발일 때도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포수 훈련도 하고 있다. 이재원에게는 마냥 즐거운 시기다.

활약상도 괜찮다. 이재원은 지난겨울 아시아야구선수권에 참가했다가 왼 손목을 다쳤다.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사실상 군 제대 이후 첫 시즌을 맞이하는 이재원으로서는 낭패였다. 적응에 필요한 귀한 시간을 날렸다. 그 후유증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팀 사정상 들쭉날쭉한 출전시간도 타격감 유지를 어렵게 했다. 하지만 시즌을 치러가면서 점차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8일 현재 39경기에 나가 타율 2할7푼4리, 3홈런, 24타점이다. 완벽한 상태는 아닌 손목 탓에 생각보다 홈런은 적은 편이지만 타점 생산 능력이 눈에 띈다. 34개의 안타에서 24타점이 나왔다. 정상급 수치다. 이재원은 이에 대해 “주자가 있을 때 연결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하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아직 경기마다 부침이 있다. 7월 13경기에서 3할5푼5리를 쳤던 이재원은 8월 타율이 다시 2할5푼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좀 더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재원이다. 욕심도 숨기지 않는다. 이재원은 “포수 마스크도 쓰고 싶고, 오른손 타자도 상대하고 싶다. 그것이 내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실제 이재원은 올 시즌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298)이 왼손 투수(.273) 상대보다 더 높다. 상무 시절 2년간 포수 마스크를 썼기에 포수로서의 감도 살아있다. 선입견은 그렇게 조금씩 지워진다. 이재원은 “아프지 않고 풀타임 시즌을 한 번만 뛰어봤으면 좋겠다. 아프지만 않으면 내가 원하는 목표는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아직 26살의 젊은 포수. SK도 이재원의 포부가 하루 빨리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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