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과 몇몇 악재는 그들에게서 한창 좋을 때의 구위를 일정 부분 뺏어갔다. 하지만 가슴 속 깊이 숨겨진 책임감만은 뺏어가지 못한 모양이다. SK의 토종 좌·우 에이스인 김광현(25)과 윤희상(28)이 남다른 책임감을 바탕으로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김광현은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7승째다. 이에 앞서 윤희상도 감격적인 승리를 맛봤다. 지난 3일 문학 두산전에서 6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무려 99일 만에 승리투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반기 내내 팀 선발 로테이션을 지탱했던 크리스 세든과 조조 레이예스가 승리를 챙기지 못할 때 나온 승리라 의미는 남다르다. 7위에 처져 있는 SK에 두 선수가 산소통을 가져다 준 셈이다.
사실 두 선수는 올 시즌 구위가 한창 좋을 때보다는 못하다는 평가다. 김광현은 겨울 동안 왼어깨 재활에 매달렸다. 구단 자체 체성분 테스트에서 탈락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재활을 하기도 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윤희상도 전지훈련 도중 타구에 오른 팔뚝 부위를 맞아 역시 고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부름을 받아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으니 여파는 더 커졌다.

후유증은 시즌 성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김광현은 17경기에서 7승6패 평균자책점 3.99, 윤희상은 16경기에서 4승4패 평균자책점 4.78이다. 국내 최고 좌완을 놓고 류현진(LA 다저스)과 경쟁했던 김광현, 그리고 지난해 10승을 따내며 SK의 새로운 에이스로 거듭난 윤희상을 생각하면 분명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하지만 구위나 승운이 떨어졌을망정 책임감은 그대로다. ‘에이스’ 몫을 수행해 본 선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려는 두 선수의 모습은 최근 등판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김광현은 최근 4경기에서 3번이나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피출루가 비교적 많은 상황, 스스로에게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이내 평정심을 되찾으며 말 그대로 이를 악물고 있다. 윤희상 또한 최근 7번의 선발 등판에서 6차례나 6이닝 이상을 던졌다. 경기 초반 실점을 극복하고 중반까지 경기를 끌어주고 있다. 불펜 사정이 어려운 SK로서는 표면적 성적 이상의 가치다.
이에 대해 책임감을 강조하는 두 선수들이다. 윤희상은 “선발투수로서 밥값을 해야 한다. 선발이면 항상 퀄리티 스타트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김광현도 8일 목동 넥센전이 끝난 뒤 “투구수는 줄이고 이닝은 늘리는 투구를 해야 한다. 중간 투수들에게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SK 마운드의 두 기둥들이 책임감으로 무장한 채 남은 일정을 벼르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