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는 지난달 말 SBS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출연해 한 시간 동안 청취자들과 수다를 떨었다. ‘영화배우’ 하정우가 라디오에 출연한 이유는 그의 직업과 무관치 않다. 그는 이날 개봉한 자신의 출연작 ‘더 테러 라이브’(감독 김병우)를 홍보하기 위해 직접 라디오 부스를 찾았고, 솔직한 입담으로 자신과 영화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다.
하정우의 예처럼 평소 TV 예능프로그램이나 토크쇼, 라디오 등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배우들이 오랜만에 짜잔 하고 등장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출연작 홍보 외에 다른 건 없다. 그러나 영리한 전략이 아니고서는 “영화 팔러 나왔냐"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배우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환영 받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홍보차 나왔더라도 남다른 자세나 매력을 드러내면 대중의 호감을 살 수 있다. 하정우의 경우 “내가 아닌 척 하며 영화 소개 리뷰에 댓글을 단 적이 있다”거나 “발목의 쉐이프(모양)가 나쁘지 않다. 말 다리 같이 생겼다”고 자화자찬해 솔직한 모습으로 환영받았다. 다소 면이 서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척하지 않는 진솔함이 오히려 호감으로 작용한 케이스다.

정우성도 라디오에 출연해 대놓고 영화 ‘감시자들’을 홍보했지만 반응은 좋았다. 그는 자신 보다 스무 살 가량 어린 수지를 지목하며 “요즘 눈에 들어온다”고 말해 원성(?)을 들으면서도, “신인시절 열정만 있어 겁 없이 뛰어들었다. 영화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면 빨리 현명한 배우가 됐을 것 같다”는 진솔한 고백을 해 좋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가 하면 SBS ‘런닝맨’에 출연해서는 블롭점프 놀이기구 이용 중 연속으로 메다꽂히는 굴욕을 당하면서도 망가짐 따윈 괘념치 않으며 승부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영화 홍보에 의한 출연이라는 생각을 잊게 했다.
김인권은 영화 ‘전국노래자랑’ 개봉 당시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진국 매력으로 시청자들과 관객들에게 좋은 배우라는 믿음을 심었다. 친척집을 전전하며 지낸 어려웠던 어린 시절과 어머니를 잃고 유언에 따라 학업에 열중했던 학창시절 이야기는 뚝심과 노력이 김인권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한 원동력임을 각인시켰고, 그런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을 접하고 싶게 만드는 힘까지 발휘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좋은 예만 있는 건 아니다. 방송 출연이 홍보에 독이 된 경우도 있다. 김인권이 ‘힐링캠프’ 출연으로 관객의 발길을 붙들었다면, 같은 영화인 ‘전국노래자랑’을 제작한 이경규의 경우 개봉 당시 예능 출연으로 호불호가 엇갈린 케이스다. 더 많은 관객에게 영화를 선보이기 위해 성심성의껏 예능 출연을 감행했지만 문제는 횟수에 있었다. 당시 이경규는 SBS 심야 및 주말 예능 전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냈고 출연시마다 영화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주연 배우인 류현경과 김인권도 동반 출연했고 급기야 SBS가 '전국노래자랑' 홍보 방송국이냐는 불만 섞인 이야기까지 터져 나왔다.
수애의 경우 KBS 2TV ‘1박2일’에서 소탈한 모습 보다는 여전히 베일에 싸인 여배우의 인상으로 시청자와 예비 관객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망가지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오랜만에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수애에게 기대한 인간적이고 사람으로서의 매력적인 모습이 제대로 묻어나지 않아 존재감이 약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출연이 그가 주연한 영화 '감기'를 떠오르게 하기도 어려웠다는 평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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