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우 '더 캐치', 양 팀 사령탑 '들었다 놨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8.09 17: 58

"'아이구, 넘어갔구나' 싶어서 뒷목 잡았는데 (전)준우가 잡았더라."
8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맞대결은 올 시즌 손꼽히는 명승부로 남게 됐다. 5-4, 롯데의 한 점차 역전승으로 승부가 갈린 가운데 두 팀은 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고도의 집중력으로 연달아 호수비를 펼치며 야구의 매력을 한껏 보여줬다.
이날 승부의 백미는 9회말 나왔다. LG는 한 점차 뒤진 마지막 공격에서 2사 후 연속안타와 폭투로 2,3루에 역전주자가 나갔다. 안타 한 방이면 승부가 뒤집히는 상황, 오지환은 타구를 우중간으로 보냈다. 전진수비를 나와있던 전준우는 빠른 발로 타구를 끝까지 따라가 멋진 다이빙캐치로 이를 잡아내 경기를 끝냈다. 저 유명한 윌리 메이스의 '더 캐치'가 절로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경기가 끝난 순간 롯데 더그아웃에서 환호하던 김시진 감독의 모습도 화제가 됐다.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나는 걸 확인하는 순간 권영호 수석코치와 격한 양손 하이파이브로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경기 후 방송인터뷰에서도 상기된 얼굴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점잖은 모습만을 보여주던 김시진 감독이었기에 더욱 그 감정이 크게 다가왔다.
9일 두 팀의 맞대결을 앞두고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시진 감독은 전날 경기를 떠올리며 "아이구 넘어갔다 싶어서 뒷목을 잡았다. 그런데 준우가 다이빙캐치를 하는 게 아닌가. 만약 공을 못 잡았으면 벌떡 일어나서 후속동작을 했을텐데 가만히 엎드려있는 걸 보고 '잡았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또한 김시진 감독은 하이파이브로 화제가 됐다는 사실을 듣고는 "나도 모르게 푼수처럼 해 버렸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쑥스럽다는 듯 한껏 미소지었다.
반면 LG 김기태 감독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전준우의 타구가 잡히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을 터, 경기가 끝나자마자 별다른 이야기없이 바로 더그아웃을 떠났다는 후문이다. 선두 삼성 라이온즈의 꼬리가 잡힐 듯 보였지만 호수비 하나에 다시 격차가 3경기로 벌어졌다.
김기태 감독은 "오지환이 친 타구에 솔직히 말해 반 쯤은 기대했다"면서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전준우가) 정말 잘 잡았다"고 상대 선수에게 갈채를 보냈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