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표는 없다”, 김선우의 백의종군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8.10 06: 10

“무조건 팀의 우승에 집중하겠다. 보직 관계 없이 열심히 할 뿐이다”.
국내 무대를 밟은 이래 그는 수 년 간 에이스의 기대치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올해 전지훈련서 그는 “후배들과 선발 보직을 놓고 경쟁한다는 마음이다. 그 경쟁 속에서 팀이 강해지는 것이 우선”이라며 개인 목표 대신 팀을 우선시했다. ‘써니’ 김선우(36, 두산 베어스)는 팀을 위한 백의종군의 마음으로 2013년을 살아가고 있다.
올 시즌 김선우는 11경기 4승6패 평균자책점 5.54의 성적을 기록 중. 메이저리거 출신으로 2008시즌부터 한국 무대를 밟은 이래 김선우는 에이스의 기대치 속에서 살아왔다. 2010년 13승, 2011년 16승을 거두며 실제로 에이스로서도 활약한 동시에 후배 투수들의 멘토로서도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컸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부상에 따른 구위 저하 현상이 겹치며 힘든 전반기를 보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종아리 부상까지 겹치며 제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던 김선우는 6월 5일 LG전서 3이닝 5피안타 4실점으로 패한 후 사실상 2009년 이후 처음으로 2군 실전에 참여했다. 그리고 제 구위가 나올 때까지 힘을 비축하고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1일 사직 롯데전 5이닝 1실점 승리를 합작한 후배 포수 최재훈은 “볼 끝에 힘이 있어 롯데 타자들도 선우 선배의 공을 손쉽게 공략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7일 넥센전서는 1⅔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구원승을 거뒀다. 사실 김민성에게 5회 동점 투런을 내주었으나 타선이 곧바로 리드를 잡은 덕분에 거둔. 어떻게 보면 쑥스러운 승리. 그러나 이는 2011년 6월 3일 잠실 삼성전 3이닝 세이브 이후 오랜만의 계투 출장. 선발이 익숙했던 김선우가 팀의 필요에 따라 롱릴리프로도 나설 수 있다는 책략을 의미한다.
간판 선발 투수가 갑작스레 계투로 이동한다는 것.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당사자 입장에서는 아쉬움과 심리적 박탈감이 생길 수도 있다. 김선우도 사실 자존심이 강한 선수. 그러나 김선우는 자신의 현재 위치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또 그 방법이 팀을 위한 길이라면 기꺼이 하겠다고 밝혔다. 팀을 위해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자신을 다잡았다.
“올 시즌 내 개인 목표는 없다. 다만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은 최고의 팀 성적을 위해 힘 쓰는 것이다. 좋은 동료들이 있고 그만큼 선수단에 힘도 붙었다. 팀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쏟겠다”.
한창 자신의 활약이 최대치일 때 김선우는 갑자기 “좋은 후배들이 팀의 간판 선발로 나서고 내가 후위에서 그들의 활약을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두산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바 있다. 이미 이전부터 자신도 마음을 먹고 팀을 위한 대비를 하고 있었던 김선우. 그는 2013시즌 후반기를 개인 성적에 대한 욕심이 아닌, 팀을 위한 백의종군으로 장식하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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