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에 올라타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2031년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엔진의 힘으로 달리며 칸칸이 다른 삶을 사는 기차 속 인류의 삶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개봉 열흘 만에 500만 관객을 빨아들이며 흥행 질주 중인 영화의 파워만큼 열차 속 관객이 뜨겁게 반응한 면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 양갱
‘설국열차’ 개봉 이후 가장 뜨거운 이슈를 불러일으킨 건 배우들의 명연기도,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도 아닌 단연 양갱이다. 영화에서 단백질 블록으로 불리는 이 식량은 외형이 마치 우리나라의 전통 과자인 양갱을 꼭 닮아 더욱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그냥 양갱은 아니었다. 원료가 대표 혐오곤충인 바퀴벌레였기 때문. 꼬리칸 사람들의 밑바닥 생활의 단면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 게 바로 이 단백질 블록의 진실로, 영화 속 역할 만큼 관객들 사이에서도 확실하게 사랑 받았다. 탱글탱글 윤기 나는 외형에 양갱을 연상시켜 달콤한 팥맛이 날 것 같지만 실은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는 게 배우들의 전언. 재료는 당연히 바퀴벌레가 아닌 미역과 설탕으로 만들었다.

◆ "듣고 있다 X바"
난데없이 등장하는 욕설은 심각하게 달리던 영화에 단번에 웃음을 투척한다. 극중 보안설계자 남궁민수 캐릭터로 분한 송강호가 앞칸으로 전진하기 위해 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하는 커티스(크리스 에반스)에게 “듣고 있다 X바”라는 욕설로 화답하며 둘의 인연이 시작된다. 욕도 욕이지만 이를 내뱉는 남궁민수의 심드렁한 표정과 그와 반대로 입에 짝짝 붙게 뱉어내는 욕의 찰기가 이 대목의 핵심. 남궁민수는 극이 시작된 지 30분 만에 모습을 드러내지만 이 같은 강렬한 모습은 뒤늦은 등장에도 관객의 뇌리에 단박에 각인되기에 충분하다.
◆ 송강호
‘설국열차’에는 영국의 대배우 틸다 스윈튼, 캡틴 아메리카로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 크리스 에반스, 명배우이자 감독이기도 한 에드 해리스 등이 출연하지만 그래도 한국 관객에게 최고는 무조건 송강호다. 조연으로 출연했고 그러다 보니 분량이 많지 않지만 송강호는 극의 키플레이어로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존재감을 발휘한다. 웃겼다가 진지했다가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세계적인 배우들과 연기 앙상블을 펼친다. 연기 잘하는 배우는 어디에 갔다 놔도 빛을 발함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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