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선발진의 특징은 탄탄한 원투스리펀치, 그리고 허약한 4,5선발이다. 송승준, 쉐인 유먼, 크리스 옥스프링은 선발 로테이션을 꼬박꼬박 챙겨주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나머지 선발투수가 보이지 않는다.
4,5선발 자리를 놓고 롯데에서 테스트를 받은 선수는 김사율, 허준혁, 김수완, 김승회, 이재곤, 고원준, 진명호 등 7명이나 된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확실한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때문에 9일 잠실 LG전 선발로 출격한 고원준에게 많은 기대가 쏟아졌던 것도 사실이다. 정규시즌 41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향후 2연전씩 벌어지기 때문에 5선발까지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최소 4선발은 갖춰야 한다. 그래도 고원준이 후보들 가운데서는 선발로 보여준 것이 가장 많았기에 후반기 롯데 선발진의 키 플레이어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고원준은 3⅓이닝 5실점으로 시즌 4패째를 떠안으면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여전히 직구 최고구속은 140km에 머물렀고 대부분의 직구는 130km대에 형성됐다. 결국 롯데는 2-7로 역전패를 당하며 최근 3연승을 마감했다.
당장 부상에서 돌아올 선발요원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다. 조정훈은 통증이 재발해 아직도 재활중인데 김시진 감독은 올 시즌 사실상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이용훈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현재 보유한 자원에서 후보를 찾아야 한다. 일단 10일 문학 SK전은 김사율이 선발로 나선다. 최근 김사율은 선발로 전환한 첫 경기에서 4이닝동안 1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했지만 여전히 시험단계다. 다만 선발투수로 시즌을 준비한게 아니라 갑작스럽게 몸을 만들었기에 컨디션과 투구수, 구위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후보들 가운데 가장 성적이 좋은 건 김승회지만 선발로 전환하기에는 무리수가 따른다. 일단 선발로 나온 2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5.19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지금 그가 선발로 전환하면 불펜에서 김승회가 맡았던 역할을 해 줄 선수가 없다.
아직 올 시즌 선발등판 경험이 없는 선수도 후보가 될 수 있다. 김주찬의 보상선수로 올 시즌 영입된 홍성민은 당시 김 감독이 "선발투수로 키워보고 싶다"고까지 말했던 재목이다. 최근에는 포크볼의 구위가 살아나 불펜에서 롱 릴리프 역할을 만족스럽게 수행하고 있다. 또한 1군에 오랜만에 올라온 이상화 역시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선발투수로 준비해왔던 선수다.
물론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고원준이나 이재곤, 김수완 등 선발로서 과거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선수들이 각성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각자 보완해야 할 점이 명확한데 이는 스프링캠프를 통해 시간을 두고 교정해야 한다. 남은 의자는 두 개인데 아직 한 명도 제대로 앉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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