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다 못해 델 정도다. 박정권(32, SK)의 불방망이가 식을 줄 모른다. 6월 이후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는 박정권이 팀을 뛰어 넘어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타자로 등극했다. 손의 감각과 눈의 예민함 모두 그렇다.
시즌 초반 스스로도 답답해 할 정도의 부진에 시달렸던 박정권은 6월 이후 전혀 다른 타자가 됐다. 6월 한 달 동안 22경기에서 타율 3할1푼4리, 5홈런, 24타점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박정권은 7월 타율을 3할4푼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9일 현재 8월 7경기에서는 무려 4할5푼5리의 타율이다. 아직 규정타석에 조금 모자라지만 시즌 전체 타율도 2할9푼7리로 3할을 눈앞에 뒀다. 최고의 반전이라고 할 만하다.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후반기만 놓고 보면 박정권은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손색이 없다. 기록을 보면 단번에 드러난다. 후반기 12경기에서 타율이 4할3푼2리다. 정성훈(LG·.444), 손아섭(롯데·.442)에 이어 리그 3위 성적이다. 타율이나 홈런, 타점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출루율이다. 후반기 출루율이 무려 5할7푼7리에 달한다. 리그 선두다. 출루율과 장타율(.649)을 합친 OPS도 1.226으로 2위 김태균(한화·1.223)에 근소하게 앞선 1위 기록이다.

타율보다 출루율에 주목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제 상대 투수들은 박정권을 극도로 경계한다. 요즘 박정권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박정권은 좌타자임에도 불구하고 왼손 투수 타율(.322)이 오른손 투수(.308)보다 더 좋다. 당연히 좋은 공을 주지 않는다. 시즌 초반에 비해 유인구 승부가 많아졌다. 여기서 덤비면 대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박정권은 참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해결사보다 기회를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되는 경우도 많다.
후반기 고의사구를 포함한 볼넷이 15개인 것에 비해 삼진은 6개 밖에 되지 않는다. 2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삼진을 10개나 당한 4월의 박정권과 비교하면 확 달라졌다. 일발장타보다는 끈질기게 상대 투수들을 괴롭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박정권은 후반기 들어 타석당 4.2개의 공을 보고 있다. 리그 5위다. 후반기 들어 병살타가 단 하나도 없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스스로의 욕심보다는 팀을 위한 배팅에 충실하고 있다는 근거다.
박정권은 팀 부동의 4번 타자다. 4번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다면 앞뒤도 편해진다. 결국 박정권이 이러한 예민한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을 때 SK 타선도 동반 폭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행히 가능성은 보인다. 타격 주기상 3번 최정은 한 번쯤 다시 터질 때가 됐다. 박정권의 뒤를 받치는 이재원 김상현도 점차 살아나고 있다. 박정권을 중심으로 한 SK 중심타선이 가을야구의 가능성을 붙잡을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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