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성인이 된 후 친구가 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40대를 훌쩍 넘겼거나, 이제 40대를 바라보는 성인 남자는 더욱 그렇다. 워낙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자꾸 보게 되는 기묘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이 같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관찰 다큐 형식으로 담고 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김태원, 이성재, 김광규, 데프콘, 노홍철, 강타가 출연하며, 누군가는 더럽거나 깔끔하며 누군가는 게으르거나 부지런한 주위에 있을 법한 남자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매력은 재미가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거추장한 포장 없이 보여준다는 것. 그래서 어떤 방송은 흥미롭고 어떤 방송은 다소 지루했다가 하는 기복이 심한 편이다. 꾸준한 재미를 만들기 위해 자극적인 요소를 가미하거나 억지스러운 상황을 연출하지 않는 게 ‘나 혼자 산다’가 첫 방송 이후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요인이다.

지난 9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는 서로 어색해 하는 김광규와 강타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두 사람은 어색한 분위기에 몸에 맞지도 않는다는 말 없이 인삼주을 끊임 없이 ‘드링킹’하고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기 위해 강타는 탈모까지 고백했다. 여기에 함께 탈모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고, 또 다시 조여오는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막걸리로 2차 낮술을 감행했다. 거나하게 취해도 친해지기는 쉽지 않았고 두 사람은 비틀거리면서 헤어졌다.
다른 예능프로그램이었다면 두 사람이 술을 함께 마시고, 고민을 토로하며 일정 시간이 지났을 때 친밀해져 있다는 것을 강조했을 게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는 연예인들도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다 큰 성인, 그것도 남자들이 쉽게 친하게 지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어색한 감정을 드러내며 마무리했다.
여기서 ‘나 혼자 산다’의 기묘한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억지스러운 구성 없이 삶의 한구석을 스타들의 일상을 통해 조명하는 것. 이 같은 화려한 구성 없는 이 프로그램은 습자지 같은 프로그램이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야기에 공감하게 되고,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들도 우리와 다를 게 없다는 친근감을 선사하는 재미가 발휘된다. 크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않아도, 젊은 시청자들의 관심의 척도를 파악할 수 있는 온라인 반응은 뜨거운 ‘나 혼자 산다’만의 강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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