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근육은 양파를 까는데 쓴다. 여행 중 지쳐서 녹초가 돼 있다가도 하늘 같은 ‘선생님’이 오시는 순간 자동으로 몸이 일어난다. 벌써 여행 막바지, 어느새 노예 본능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당황하면 머리카락을 쓸어올리고, 큰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것마저 귀엽게 다가오는 그야말로 ‘훈남 노예’ 이서진의 마력에 안방극장이 푹 빠졌다.
이서진은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서 ‘서지니(Genie)’로 통한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 배낭 여행을 하는데 있어서 짐꾼으로 끌려갔다. 그는 때론 통역사였다가 길 안내자였다가 뭐든지 척척 해내야 하는 만능 짐꾼이다.
이미 6회가 전파를 탄 가운데 이서진의 인간미 넘치는 매력은 이 프로그램의 상당수 재미를 담당한다. 나영석 PD와 이우정 작가를 비롯한 나이 어린 스태프에게는 투덜거리다가도 자신보다 한참 선배인 ‘선생님들’ 앞에서는 순한 양이 따로 없다. 나이 많은 부모와 함께 여행을 떠나본 자녀들이라면 현지 음식이 맞지 않는다고 투덜거리거나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도 시큰둥한 모습에 속이 상했던 경험이 있을 게다.

어른들과 여행을 함께 떠난다는 것은 즐거운 기억보다는 고난이 많은 법. 때문에 이서진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길을 안내하고 성향이 다른 이순재와 백일섭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하거나 돌발 상황에 ‘5단 멘붕(멘탈붕괴, 충격)’을 겪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측은하면서 동시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잘생기고 진중한 연기만 하던 배우 이서진이 투덜거림이 있는 친근한 아저씨로 돌변한 것도 큰 매력이다. 불평불만이 있지만 어른들 앞에서는 깍듯한 예의 바른 청년 이서진의 말과 행동은 ‘꽃보다 할배’가 왜 이서진을 짐꾼으로 선택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이 선택이 얼마나 신의 한수에 가까운 탁월한 선택이었는지 감탄을 하게 된다.
지난 9일 방송된 ‘꽃보다 할배’는 이제 고난의 여행이 익숙해진 이서진이 점차 노예 본능을 드러내는 재밌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서진은 지쳐 쓰러진 상황에서도 이순재가 화장실을 찾자 ‘LTE급’ 속도로 일어나 안내하고, 스태프에게 초콜릿을 나눠주며 먹으라는 오지랖을 떨어서 웃음을 안겼다.
푹 파진 보조개로 여성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끼를 부릴 수 있는’ 매력적인 이 남자가 어느새 ‘훈남 노예’로 등극했다. 친근하면서도 훈훈한 노예 근성은 '꽃보다 할배'에 출연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이서진의 숨겨진 매력인 셈이다. 덕분에 이 은혜로운 근육질을 장착한 '훈남 노예' 이서진을 마주하게 만든 ‘꽃보다 할배’가 새삼스럽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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