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쇼' 허준혁 "커쇼 투구폼, 따라한 것 아냐"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8.11 07: 01

"전혀 따라한 게 아니다. 나름대로 수정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 허준혁(28)은 벌써 프로입단 10년차 선수로 이제는 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다. 그렇지만 프로 통산 승리는 단 1승, 묵직한 공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고 2군 성적도 나쁘지 않았지만 정작 1군에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
올 시즌은 달랐다. 수정한 투구 폼을 앞세워 7경기에서 불펜으로 나와 무실점 행진을 펼치며 김시진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덕분에 후반기에는 선발등판의 기회도 잡았다. 그렇지만 지난달 26일 사직 SK전에서 선발로 나와 3이닝 6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하고 곧바로 2군으로 내려갔다.

2군으로 내려간 지 정확하게 2주, 허준혁은 10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1군에 복귀했다. 사실 2군으로 내려갈 때부터 조기 1군 복귀는 예정되어 있었다. 어차피 선발로 던졌기 때문에 최소 4일은 불펜피칭이 불가능했고, 이후 롯데가 3일의 휴식일을 가졌기 때문이다. 경기를 앞두고 만난 허준혁은 "이번에는 (2군으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오랜만에 찾아 온 선발등판 기회를 날린 허준혁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그는 "너무 잘 던지려고 하다 보니 부담이 됐다. 1회를 잘 막아서 나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생각대로 안 되더라"면서 "언제 다시 (선발)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항상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허준혁은 바뀐 투구폼으로 재미를 봤다. 와인드업을 할 때 왼발을 공중에서 잠시 멈춰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고, 이때 오른팔은 몸 뒤로 숨겼다가 재빨리 팔을 휘두른다. 이런 투구폼으로 던지면 디셉션(공을 숨겨서 나오는 동작)에 장점을 갖게 된다. 허준혁의 투구동작이 LA 다저스 좌완 클레이튼 커쇼와 너무나 닮아 있어 팬들은 그에게 '허쇼'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허준혁 역시 자신의 별명을 알고 있었다. 그는 "며칠 전 들었는데 찾아보니까 정말 닮기는 닮았더라"면서 "다만 나는 아직 왼발 리듬이 안 맞을 때가 있다. 커쇼는 자신만의 완벽한 리듬을 갖고 던지더라"고 분석했다. 세계 최고수준 선수의 투구동작은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하지만 허준혁은 커쇼의 투구폼을 일부러 보고 흉내낸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메이저리그를 잘 모른다. 그래서 커쇼라는 선수도 며칠 전에 이야기를 듣고 알았다"고 고백했다. 현재의 투구폼은 치열한 고민에서 나온 것. 허준혁은 "2군에서 주형광 코치님께 '한 번 (바뀐 투구폼으로) 해 보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렇게 해 보라고 하셨다. 현재로서는 바뀐 투구폼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1군에 복귀한 10일 허준혁은 8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무사히 막고 2주 전 선발등판 경기의 '멘붕'을 날려 버렸다. 그에게 다시 선발 기회가 올까. "일단 중간계투로 다시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 감독님께서 선발로 내보내주시지 않을까요?"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