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기 시절의 주전 유격수. 하필 팀의 암흑기와 맞물려 빛을 발하지 못했다. 타 팀을 거쳐 돌아온 베테랑은 아직 자신이 1군 선수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녔음을 알렸다. ‘권병장’ 권용관(37, LG 트윈스)은 결승포로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렸다.
권용관은 지난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팀이 2-2로 맞선 9회 2사에서 홍상삼을 상대로 좌월 솔로포를 날렸다. LG는 6회 역전을 허용했으나 9회 권용관의 결승 솔로포로 경기를 재차 뒤집는 저력을 보이며 3-2 승리를 거뒀다. 2위 LG(54승36패)는 9일 잠실 롯데전에 이어 2연승을 달리며 3위 두산(49승2무39패)과의 격차를 4경기 차로 벌렸다.
성남고를 졸업하고 1995년 LG에 입단한 권용관은 현역병으로 병역을 마치는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아 2007~2009시즌 LG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2008시즌 중 불규칙 바운드로 인해 안면 골절상을 입었던 기간을 제외하면 그 3년 간 주전 유격수는 권용관이었으나 팀의 순위는 5-8-7의 궤적을 그렸다. 확실한 스타성을 비추는 선수가 아니기는 했으나 팀 성적 저하로 인해 무난한 모습을 보이던 유격수는 함께 빛을 보지 못했다.

결국 2010시즌부터 LG가 신예 오지환을 현재이자 미래로 키우기 시작하면서 권용관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고 결국 그해 7월 3-4 트레이드를 통해 SK로 둥지를 옮겼다. SK에서 멀티 내야수로 힘을 보태던 권용관은 결국 젊은 선수들의 대두 현상 속에 지난 시즌 후 방출되어 다시 친정팀을 노크했다.
2013년 권용관은 주전이 아니다. 현재 그의 시즌 성적은 41경기 2할 3홈런 6타점 2실책. 이미 LG의 주전 유격수는 오지환이 자리잡은 지 오래이며 권용관의 역할도 스타팅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주전 후배들의 난조 등이 있을 때 이를 메우기 위해 나서는 정도다. 그러나 이날 7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권용관은 점수가 필요한 순간 결승포를 터뜨리며 자신을 경기 끝까지 신임한 김기태 감독에게 보답했다.
그의 야구 인생은 데뷔부터 지금까지 항상 간절했다. 현역병 제대 후 다시 감각을 찾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단한 노력을 쏟았고 주인공보다는 조연으로 만족할 때가 많아도 자신의 장비에 적힌 자녀들의 이름 이니셜을 바라보며 한 길을 달려왔다. 주연보다 조연이 익숙했던 권용관은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향해 달리는 팀에 커다란 힘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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