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유희관은 ‘보물 좌완’이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8.11 07: 00

자신이 트레이드 될 뻔 팀과의 대결에서 보여준 연이은 호투. 승리는 따내지 못했으나 최근 슬럼프를 스스로 딛고 일어서며 신인왕 레이스에 다시 불을 붙였다. 두산 베어스 기교파 좌완 유희관(27)은 이제 팀의 주력 선발로 확실히 자리잡고 있다.
유희관은 지난 10일 잠실 LG전에서 7⅓이닝 5피안타 4탈삼진 2사사구 2실점을 기록했다. 현대야구에서 특급 에이스의 기본 몫으로 꼽히는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조건을 충족했으나 타선의 빈타로 인해 시즌 7승에는 실패했다. 대신 평균자책점을 3.02(4위, 10일 현재)로 낮추며 2점 대 재진입의 꿈을 키웠다.
2009년 데뷔 이래 유희관은 느린 직구로 인해 중용되지 못했던 투수다. 데뷔 첫 해 그의 훈련을 지켜본 김경문 전 감독은 “씩씩하게 던지는 것 같아. 볼만 좀 더 빠르다면 선발로도 써볼 만 할 텐데”라며 기대를 비췄으나 결정적인 순간 제구까지 흔들리며 신뢰를 잃었다. 2010년에도 결국 그 현상이 되풀이되었고 유희관은 2010시즌 후 상무에 입대했다.

사람 좋고 입담 좋은 유희관이지만 그는 상무에서 절박함과 투지로 자신의 무기를 쌓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왼손 정대현이 1군에서 기회를 얻는 것을 보며 유희관이 상무에서 투지를 불태웠다더라. 정대현도 공은 빠르지 않은 왼손 투수인데 그 녀석이 1군에 나서는 것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의욕을 갖고 야구에 더욱 간절히 매달렸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유희관은 퓨처스 북부리그 평균자책점 2위(2,40)였는데 이는 1위를 차지한 롯데 에이스 장원준(경찰청, 2.39)에 불과 0.01차였다.
기본적으로 제구력이 좋은 데다 빠르지 않은 직구 구속을 느리고 움직임이 큰 변화구로 상쇄해 1군에서도 위력을 비추고 있는 유희관이다. 특히 2009시즌 중 자신이 트레이드될 뻔 했던 LG를 상대로 저격수 노릇을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2009시즌 중 정재훈과 심수창(넥센)을 기본 골자로 한 두산과 LG의 트레이드가 잠시 논의된 바 있었는데 유희관은 이 딜의 플러스 알파 카드로 거론되기도 했다.
트레이드가 없던 일이 된 뒤 4년 후 유희관은 LG를 상대로 데뷔 첫 승(5월4일 5⅔이닝 무실점 선발승)을 거두는 등 5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호투 중이다. 강력한 좌타 라인을 자랑하는 LG 타선을 상대로 좌완 기근에 허덕이던 두산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 카드 중 한 명이 된 유희관이다.
아직 유희관은 더욱 검증을 받아야 하는 투수. 다행히 선수 본인도 “잘 되는 날이 있다면 털릴 날도 있을 것이다. 자만하지 않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던져 팀을 살릴 것인지를 집중하겠다”라며 기량을 더욱 절차탁마하고 있다. 단언컨대 공은 느려도 좋은 매뉴얼과 마인드를 갖춘 유희관은 분명 두산의 보물 좌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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