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기에 닥쳤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두 가지다. 과거를 돌아보며 변명을 늘어놓는 사람이 있는 반면 미래를 바라보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사람이 있다. 대개 결과는 후자가 좋다. 윤희상(28, SK)의 반등도 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지난해 10승을 거두며 SK의 새로운 에이스로 발돋움했던 윤희상은 끔찍했던 전반기를 보냈다. 전반기 14경기에서 3승4패 평균자책점 4.85로 부진했다. 피안타율은 2할9푼4리에 달했다. 모든 지표에서 지난해보다 못했다. “2년 연속 10승을 거둘 것”이라는 시즌 전 평가가 무색해지는 기록이었다.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윤희상은 “전반기 때는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났다.
사실 변명을 하자면 할 수도 있었다. 댈 수 있는 핑계는 무궁무진했다. 우선 전지훈련 연습경기 도중 타구에 맞은 오른팔이 첫 번째였다. 한창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할 때 훈련을 쉬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때문에 컨디션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도 있었다. 예정된 일자에 등판하지 못하는 일이 속출하는 등 로테이션이 꼬인 것 또한 근사한 핑계였다.

하지만 윤희상은 변명이나 핑계를 대지 않았다.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돌렸다. 윤희상은 우천 연기와 외국인을 우선적으로 선발로 투입시키는 통에 꼬인 자신의 선발 로테이션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윤희상은 “그건 핑계라고 생각한다. 등판 일정이 들쭉날쭉해도 잘 던지는 투수들은 잘 던지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그저 자신이 못 던진 것이라고 자책하면서 “선발이면 항상 퀄리티 스타트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생각으로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윤희상은 투지는 최근 2경기 연속 빛났다. 3일 문학 두산전에서는 6이닝 3실점 호투로 99일 만에 승리를 따냈다. 3연속타자 홈런이라는 대형 악재를 이겨낸 값진 승리였다. 10일 문학 롯데전에서는 7이닝 3피안타 무실점 역투로 시즌 5승을 기록했다. 두 경기 모두 의미가 컸다. 3일 경기는 4연패에 빠져 있던 팀을 구해냈고 10일 경기는 팀의 3연승을 이어가는 징검다리 임무를 철저히 했다.
승리도 기뻤지만 윤희상은 7이닝을 소화한 것에 의미를 뒀다. SK 필승조를 이루는 윤길현 박정배 박희수는 이미 8·9일 목동 넥센전에서 연투를 해 이날 출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윤희상도 이런 불펜 사정을 알고 초반부터 빠른 승부로 투구수를 줄여나갔다. “왜 내가 지금까지 못 던졌는가”에 대한 변명을 멀리한 윤희상이 “앞으로 더 잘 던질 수 있다”라는 것을 증명한 한 판이었다. 꼬인 실타래는 그렇게 점차 풀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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