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갖고 기다렸는데 넣어줘서 고맙다."
최용수 FC 서울 감독이 부진 탈출포를 쏘아 올린 데얀을 두고 한 말이다.
서울은 지난 10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원정 경기서 종료 직전 데얀의 결승골에 힘입어 3-2로 짜릿한 펠레 스코어 승리를 거뒀다. 파죽의 6연승 행진이었다.

이날 경기는 승점 3점 이상의 중요한 한 판이었다. 승리시 선두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발판 마련을 할 수 있는 반면 패한다면 상위 스플릿 진출에 위협을 받을 수 있었다.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할만한 중요한 경기서 침묵하던 주포가 득점포를 재가동했다. K리그 최고의 골잡이, 서울의 주득점원 데얀의 얘기다.
지난 6월 23일 부산전서 왼쪽 종아리 부상을 입었던 데얀은 내리 5경기를 쉰 뒤 지난달 31일 제주전을 통해 1달여 만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앞서 8골 4도움을 기록하고 있던 데얀은 제주, 수원, 부산(FA컵 8강)전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내용도 엉망이었다. 온갖 수식어로도 설명이 부족했던 그에게 걸맞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최 감독은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에 앞서 인천의 이천수를 예로 들며 "천수가 옛날처럼 폭발적인 활약을 보여주려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데얀을 봐라. 과거 보여준 기량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 때를 기다려야 한다"면서 데얀에 대한 믿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은사' 최용수 감독의 굳은 믿음이 전해진 것일까. 데얀은 가장 중요한 때에 해결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2-2로 팽팽하던 후반 추가시간 왼발 결승골을 작렬하며 치열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간의 부진을 털어내는 시원한 골이었다. 데얀은 승리를 확정지은 뒤 가장 먼저 최 감독의 품에 안겼다. 은사의 굳은 '믿음'에 대한 제자의 작지만 큰 '보답'이었다. 그렇게 두 남자는 한참 동안이나 뜨겁게 포옹하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최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데얀은 명실공히 K리그 최고의 공격수인데 그간 부진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믿음을 갖고 기다렸는데 넣어줘서 고맙다. 이 골을 계기로 득점포가 터진 것 같다"면서 애제자의 부활을 두 팔 벌려 반겼다.

서울은 지난 시즌 우승 일등 공신이었던 최용수 감독과 데얀의 이심전심으로 디펜딩 챔프의 위용을 완전히 되찾았다. 이제 무서울 게 없는 서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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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