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 대표팀이 16년 만에 세계무대를 노크한다.
한국은 11일(한국시간) 오후 필리핀 마닐라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3-4위 결정전서 대만을 75-57로 완파했다.
벼랑 끝 승부였다. 준결승전서 홈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필리핀에 석패했던 한국은 운명의 3-4위 결정전서 '난적' 대만을 물리쳤다.

승리의 결과는 달콤했다. 이번 대회 3위까지 주어지는 남자농구월드컵 출전 티켓을 얻었다.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 이후 무려 16년 만의 쾌거다. 한국은 이듬해 8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2014 남자농구월드컵에 출전해 세계 강호들과 기량을 겨룬다.
운명의 3-4위전 상대는 대만이었다. 지난 7월 윌리엄존스컵서 한국에 60-73으로 대패를 안겼던 그 팀이다. 당시 한국은 귀화 센터 퀸시 데이비스에게 무려 26점 17리바운드를 허용하며 패배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시작부터 대만을 압도했다. 1쿼터부터 상대 에이스인 데이비스를 꽁꽁 묶었다. 반면 한국은 김주성 양동근 조성민 윤호영이 번갈아 득점에 가담하며 대만의 림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2쿼터는 필리핀전 27득점의 사나이 김민구(경희대)의 쇼타임. 3점포를 내리 림에 꽂아넣었다. 대만이 추격에 시동을 걸려고 하면 어김없이 김민구의 3점포가 터져나왔다.
한국은 3쿼터 한 때 24점 차로 달아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대만이 쫓아오면 적중 높은 외곽포로 추격 의지를 꺾었다. 김민구 조성민 윤호영 등의 외곽포가 불을 뿜었다.
3쿼터 후반부터 4쿼터 중반까지 추격을 허용해 위기를 맞았지만 금세 전열을 정비했다.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대학생 김민구의 존재감이 빛났다. 적중 높은 외곽포는 물론 공격 리바운드, 블록슛 등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국은 종료 6분 전 22점 차로 점수를 벌리며 일찌감치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만수' 유재학 감독 휘하 하나의 팀으로 똘똘 뭉친 대회였다. 물 샐 틈 없는 조직력을 선보였고,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을 만한 개인 기량도 엿봤다. 자신감은 덤이었다. 변변치 않은 지원 속에 묵묵히 구슬땀을 흘린 결실이었다. 그래서 더욱 값졌다. 한국 농구의 장밋빛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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