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공은 아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제구력을 갖췄고 무릎 수술 후 재활까지 끝마친 만큼 자기 공을 믿고 던지고 있다. LG 트윈스 좌완 신재웅(31)이 뛰어난 완급조절과 위기관리능력을 앞세우며 시즌 4승을 거뒀다.
신재웅은 11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6피안타(1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호투하며 시즌 4승(3패)째를 거뒀다. 전반기 9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6.46에 그쳤던 신재웅은 후반기 들어 다시 로테이션에 합류해 3경기 모두 승리하는 동시에 평균자책점 1.06으로 활약 중이다.
2005년 LG에 입단 후 이듬해 노히트노런급 완봉승을 거두며 주목을 받았던 신재웅은 2006시즌 후 박명환의 FA 보상선수로 두산 이적했다. 그러나 어깨 부상으로 인해 1군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방출되었다. 잊혀진 유망주가 되는 듯 했던 그는 공익근무를 마치고 다시 데뷔팀 LG를 노크해 신고선수 입단 후 지난해 후반기부터 뒤늦게 감춰졌던 잠재력을 현실화하고 있다.

전반기 신재웅이 제 위력을 보여주지 못한 데는 시즌 전 받은 무릎 수술 영향도 있다. 시즌 후 신재웅은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진주 마무리훈련 등에 모두 참여해 의욕을 불태웠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릎 수술을 받았다. 그로 인해 전반기 동안은 실전보다는 재활에 좀 더 신경을 썼던 신재웅이다. 수술을 치른 만큼 스스로도 몸 상태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다.
지금은 다르다. 몸 상태도 완벽해진 데다 자기 공을 확실히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신재웅의 최고 구속은 142km 정도로 빠른 편은 아니었으나 스트라이크 40개, 볼 17개로 기본 제구 자체가 좋았다. 특히 5회말 2사에서는 민병헌을 상대로 바깥 위주의 제구를 가다가 수싸움에 혼란을 주며 결국 2루 땅볼로 처리했다. 타자가 밀어치기와 커트를 마음먹고 나선 것을 오히려 역이용한 것. ‘바깥으로 던질테니 칠 테면 쳐봐라’ 식의 배짱투였다.
6회 오재원을 3구 헛스윙 삼진처리한 것도 볼 만 했다. 초구를 커브로 잡아내며 타자를 놀라게 한 동시에 수싸움 폭을 좁힌 신재웅은 한복판 직구로 헛스윙 처리했다. 포수 윤요섭이 바깥으로 앉았으나 몰려서 미트를 갖다댄 것. 반대 투구 실투가 되기는 했으나 타자의 삼진을 이끄는 행운으로 이어졌다. 포크볼-커브 등 완급조절형 변화구 구사력도 뛰어났다.
경기 후 신재웅은 "어제 경기를 이겼기 때문에 편안하게 던질 수 있었다. 오늘은 특히 두산 좌타자들에게 직구로 몸쪽 승부를 가져갔는데 범타를 유도하면서 경기를 이끌어갈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시작은 미약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후반기에만 5승을 따내며 가능성을 비췄으나 팀의 포스트시즌 탈락 속 아쉬움을 곱씹었던 신재웅. 그러나 이제는 11년 만의 가을 야구를 가시화하고 있는 팀의 선발 한 축으로 다시 자리를 굳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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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