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기계' 스즈키 이치로(40,뉴욕 양키스)는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지 올해로 12년째로 프로통산 4000안타 달성에 단 안타 7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 동안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안타는 2715개, 그 가운데 내야안타의 개수는 482개로 전체 안타의 17.8%에 해당한다. 통산 내야안타 1위도 이치로의 몫이다.
때문에 이치로를 기록을 폄하하려는 이들은 그의 높은 내야안타 비중을 물고 늘어진다. 단순히 발이 빠르거나 운이 좋아서 만들어낸 안타이기 때문에 그 가치가 낮다는 주장이다. 또한 내야안타가 나오면 주자의 추가진루가 힘들기 때문에 외야에 떨어진 단타에 비해서도 팀에 도움이 덜 된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러한 논란에 이치로는 "나는 내야안타에 더 섹시함을 느낀다. 내야안타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일축한다.
여기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선수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25)이 바로 그렇다. 작년 158개의 안타를 기록, 최다안타 타이틀을 차지했던 손아섭은 올해 역시 118개의 안타로 이 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런데 손아섭 역시 내야안타가 많은 편이다. 주전으로 도약, 규정타석 3할을 채우기 시작한 2010년부터 현재까지 손아섭의 누적 안타는 549개, 그 가운데 내야안타는 82개를 기록해 전체 안타의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내야안타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이치로와 비율로만 따지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손아섭은 어떤 타구를 치더라도 전력을 다해 1루로 뛰고, 발이 빠른데다가 좌타자라는 장점까지 갖춰서 많은 내야안타를 양산하고 있다. 작년 24개의 내야안타로 최다를 기록했던 손아섭은 올해 벌써 20개의 쳐서 작년보다 페이스가 빠르다.
일부에서는 손아섭의 내야안타를 폄하하기도 한다. 내야안타를 빼면 타율 3할도 겨우 넘을 선수라는 것. 이러한 이야기에 손아섭은 "내야안타를 깎아내리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손아섭은 "내야안타도 내 능력으로 만들어내는 안타다. 그렇게 따지면 홈런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즉 이런 의미다. 장타력을 갖춘 선수는 다른 선수였으면 외야 플라이로 잡힐 공을 담장 너머로 날린다. 자신의 '힘'으로 공을 남들보다 멀리 보내는 것이다. 내야안타 역시 느린 발이었으면 아웃이 될 타구지만 '빠른 발'을 앞세워 안타를 만들어낸다. "내가 남들보다 앞서는 능력으로 내야안타를 만들어내는 것인데, 왜 그걸 깎아내리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손아섭의 주장이다.
또한 손아섭은 결코 내야안타가 운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1년에 운이 좋아서 나오는 내야안타는 몇 개 안 된다. 다 기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면서 "내야안타가 나오려면 방망이가 나오는 궤도가 좋아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타자는 수비수가 없는 곳으로 공을 보내는 게 목표, 내야안타도 그러한 목표의식을 갖고 끝까지 스윙을 했기에 얻을 수 있는 수확이라는 의미다.
무엇보다 손아섭의 내야안타가 많은 건 그의 포기할 줄 모르는 정신력 덕분이다. 일단 페어지역에 타구가 들어가면 전력질주를 하고 보는 게 손아섭의 특징, 수많은 내야안타는 그 노력에 대한 훈장이나 다름없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