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부대의 계절이 돌아왔다.
최하위 한화가 순위 다툼에 바쁜 상위팀들의 발목을 잡는 고춧가루 부대로 떠올랐다. 지난 몇 년간 한화는 하위권을 면치 못했고, 매년 이맘 때가 되면 매서운 고춧가루를 뿌리며 상위팀들을 괴롭히곤 했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지난주 한화는 1위와 4위 자리 지키기에 바쁜 삼성과 넥센을 잡는 이변을 연출했다. 9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장단 18안타를 폭발시키며 14-2로 대파했고, 11일 목동 넥센전에서도 안타 11개를 터뜨리며 6-3 승리를 거뒀다.

한화에 일격을 당한 삼성은 2위 LG에 1경기차로 쫓기며 선두 수성이 불투명해졌고, 4위 넥센도 5위 롯데에 2경기차로 여전히 추격권에 머물러 있다. 두 팀 모두 한화를 상대로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패배의 충격은 두 배였다.
후반기 한화는 13경기에서 4승9패로 KIA(5승12패·0.294)에 이어 두 번째 낮은 승률(0.304)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전히 팀 승률은 낮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절대 쉽게 볼 수 없다. 전반기 때와는 다르게 팀 타선이 완연한 상승 무드이기 때문이다.
한화는 전반기 팀 타율 2할5푼7리로 9개팀 중 최하위였다. 경기당 평균 득점도 3.7점으로 최하위에 그쳤다. 무너진 마운드도 문제였지만, 타선이 시원하게 터져주지 못한 게 부진의 이유였다. 영봉패 5경기 포함 2득점 이하로 침묵한 것만 27경기였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13경기 중 10경기에서 두 자릿수 안타를 때려내며 정확히 팀 타율 3할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 득점도 4.4점으로 상승했다. 9개팀 중 타율 4위와 득점 6위로 전반기보다 향상됐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힘이 생긴 것이다.
중심타자 김태균이 후반기 타율 3할8푼8리 2홈런 7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고, 최진행도 홈런은 없지만 타율 3할4푼에 9타점으로 팀 내 최다타점을 올리고 있다. 8월초 1군에 복귀한 이양기(0.591)와 한상훈(0.333)도 미친듯한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 송광민은 후반기 타율은 2할6푼5리지만 팀 내 최다 3개의 홈런과 9타점을 올리며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대수도 8월 8경기에서 타율 3할3푼3리 1홈런 3타점으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전체적으로 타격 사이클이 상승 궤도에 접어든 모습이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타자들이 안타를 많이 쳐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선발투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팀 타선이 안정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선발투수만 어느 정도 버티면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다. 후반기 한화의 고춧가루가 꽤나 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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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